‘나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칼럼집을 내놓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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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나는 평소 “사람은 12번씩 12번이나 바뀐다”라는 말을 자주 해 왔다. 우리가 아이로 태어나 소년을 거쳐 청년기, 중장년을 지나 노년기에 이를 때까지 우리의 모습은 천태만상(千態萬象)으로 변화하는 자연을 닮았다. 만약 누군가가 백일사진을 기점으로 매일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면 죽는 날까지 똑같은 사진은 단 한 장도 얻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변화(變化)의 속성을 천부적으로 타고 났다. 그런데 변화하는 것은 얼굴이나 신체에만 국한하지 않고 마음 역시 하루에도 골백번(?)을 변화의 파도에 휩쓸린다.

나는 수십여 년의 출가 수행자로 살아오면서 불교에 대한 개념을 정리해 놓은 것이 있다. “불교란 무엇입니까? 부처님의 가르침이요.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무엇입니까? 깨달음이요. 깨달음이란 무엇입니까?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집착하지 말라. 집착하는 것은 괴로움이다.” 사실 이는 불교의 인감도장이라 할 수 있는 삼법인(三法印), 곧 제행무상(諸行無常)과 제법무아(諸法無我), 그리고 일체개고(一切皆苦)를 쉽게 풀어놓은 것이기는 하지만 여기에서 불교와 부처님을 ‘인생’이란 말로 바꾼다면 “인생이란 무엇입니까?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집착하지 말라. 집착하는 것은 괴로움이다”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인(人)자 두 획의 의미는 한 획은 고(苦: 괴로움)이며 또 다른 획은 락(樂: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즉 우리 인생은 반고반락(半苦半樂), 절반은 괴롭고 또 절반은 즐거움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뜻이다.

글을 세상 밖으로 내놓는다는 것은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는 것만큼이나 쑥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용기를 낸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도덕적 의무와 명색 출가수행자로서 오랜 동안 산사에서 불공덕(佛功德)을 입고 살아온 사문(沙門)의 한 사람으로 당연히 보은(報恩)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한 나는 삼불치(三不恥)라 하여 3가지 앞에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을 해 왔는데 첫째 조상 앞에서, 둘째 자식 앞에서, 셋째 거울 앞에서가 그것이다. 하여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이러한 삼불치와는 전혀 무관(無關)하다고 판단이 되어 졸저(拙著)를 내놓게 되었다.

우리 인생은 3대난사(三大難事)가 있다. 하나는 집을 한 채 짓는 일이요 둘은 책을 한 권 출간하는 일이며 셋은 부모님께 효도(孝道)하는 일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자전적 책을 내는 일은 생각처럼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우선 요즘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 속에서 자신의 심경을 그림 그리듯 글을 쓴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나의 경우엔 그동안 십 수년의 광주매일신문과 6년여의 제주일보 칼럼에 게재해 왔던 글들이 모여져 칼럼집을 내게 된 것이니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나는 주로 새벽에 글을 쓴다. 언제부턴가 초저녁이면 잠들고 꼭두새벽에 문득 잠에서 깨어나면 정신도 맑고 그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으니 글쓰기엔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내게는 새벽이 창조의 시간이다. 그리고 내면을 바라보는 명상의 시간이다. 새벽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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