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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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수필가·시인

농민 직불금을 신청하라 하기에 읍사무소로 갔다. 작년엔 10만 원이 통장으로 들어왔었다. 거름을 사서 뿌려 주었더니 작물이 무럭무럭 잘 자라 주었다. 종자와 모종, 비료와 소소한 농자재만 사도 100만 원으론 부족하다. 농사를 지어봐야 소득은 100만 원이 채 안 되므로 적자다. 하지만 농지를 놀리는 건 매국 행위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해마다 헐어빠진 밀짚모자를 꾹꾹 눌러쓰곤 했다.

담당자가 올해는 아들이 결혼으로 분가를 했으니 가족 구성원 소득이 줄어 12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을 거라 한다. 로또복권 당첨된 것처럼 미소가 만들어진다. 결혼은 재작년에 했는데 주소를 그대로 두어 소규모 농민 직불금을 받지 못했던 거다.

노인지원, 장애인지원, 농업직불금, 여성 바우처, 재난지원금, 문예지원금, 농기계구입보조금 등 언뜻 떠오르는 보조금만 해도 많기도 하다. 이 많은 걸 누가 다 받는 걸까, 하지만 사람들은 못 얻어먹는 놈은 쥐뿔도 없다고 말한다. 정작 받을 만한 사람은 받지 못하고 약은 사람 몫이라는 말이 항간에 돌고 있다. 그래서 보조금은 눈먼 돈이란 말도 있잖은가.

문학과 서예를 하다 보니 대여섯 단체에 가입하고 지도하거나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을 열거나 수필집, 시집, 동인지를 발간하려면 문예진흥기금을 신청하여 지원을 요청한다. 그런데 선정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지원을 받으려는 사람은 많고 지원금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올해도 수백 명이 신청했으나 내 주변엔 몇 안 되는 개인과 단체만 수혜자가 되었다. 단체 활동을 해보니 동인지를 발간하려면 수십만 원씩 갹출해야 한다. 문학 활동은 대부분 10~20명 정도가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다. 동인지 발간엔 인쇄비 400만 원에 합평, 편집하면서 들어가는 비용과 우송 우편료, 출간기념회를 치르려면 절약해도 200만 원이 소요된다. 20명이 회원이라면 동인지 발간에 1인 30만 원은 부담해야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회비와 활동비도 있어야 하는데 그 많은 돈을 내라면 문예활동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건 곧 문예를 꽃피워야 할 단체 활동을 저해하게 된다. 단체 활동은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어차피 신청자 모두 지원해 줄 수 없는 거라면 ‘팔순기념’, ‘문예활동 30년 기념’ 같이 특별한 경우는 우선 지원하고 그 외는 심사 후 작품성이 높은 출간물을 선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소수만 로또 당첨되듯 기쁨을 주고 많은 사람에게 허탈감을 주는 방법보다 좋을 거라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또한 개인이나 단체가 문진금 수혜를 넘치게 받는 것도 조정했으면 한다. 인쇄비가 보통 수필집은 400만 원, 시집은 300만 원 정도다. 장르와 관계없이 비슷하게 지원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인쇄비가 넘쳐 보인다.

인쇄비의 절반만 지원해주고 절반은 개인이 부담하게 하면 두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지 않은가, 선정된 사람은 개인 부담 없이 공짜로 책을 내다시피 한다. 그리고 단체나 개인 중엔 특별한 활동이라 하지만 수천만 원씩 지원되는 곳도 있다. 그런 곳은 돈이 남아 쓸 곳을 찾아내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문진금 수혜의 부익부 빈익빈이 너무 심하다. 문진금은 로또가 아니다. 사행심이나 요행을 바라는 곳처럼 되어서도 안 된다. 아름답게 문화를 꽃피울 수 있도록 더욱 나은 집행 방법을 찾아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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