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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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찬 수필가

의장: 우리 마을에 3년 이상 실제 거주한 주민은, 무조건 같은 동민으로 가입시킵시다. 물론 가입비도 분할 납입할 수 있도록 배려합시다. 능력이 조금은 부족하다 해도 포용하면서 더불어 살아갑시다.

주민 이씨: 반대합니다. 동네 자율에 맡기도록 하고 자발적인 가입 의사와 납입금도 일시불로 해야 합니다.

옳소 하면서 의장의 제안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반대가 대세다. 회의참여자 모두가 동네에 가입된 사람으로만 구성이 돼 있는 대의원총회 모습이다.

향약에는 모든 주민은 평등하다고 돼 있다. 실제 3년 이상 거주한 자에게 선거권은 주면서 마을재산 공유는 거부한다. 심지어 복지혜택도 구분하기를 원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반대하는 측만 탓할 수만은 없다.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힘들게 쌓은 자산을 기여도가 미미한 이주민에게 쉽게 내어줄 수 없다는 게 이기심 때문이라고 할 수 만은 없다.

가까운 일가친척이 없던 조부님은 마을에 있는 입도 묘를 정성껏 돌보고 벌초를 자진해 열심히 하다 보니 문중에서 감싸고 돌봐줘서 어렵지 않게 지역에 정착을 하고 일가를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조부님과 비슷한 사례를 본다. 한쪽 팔이 의수인 장애인으로 바닷가뿐 아니라 들판에 버려진 쓰레기를 열심히 모아놓는 사람을 보면 저절로 도와줘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곤 한다.

내 마음에 꼭 맞는 사람 내 인생에 몇이나 되든가. 바닥나기는 우리 마을이 좋아서 찾아온 사람에게 잘 왔어요,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잘살아 봅시다. 하면서 두 손 잡아줍시다. 이주민은 사막의 뜨거운 태양과 뼈가 시린 추운 밤을 불평 없이 견뎌온 다육이 식물처럼 분수와 염치를 무기로 삼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많은 사람이 포용이라는 말을 쉽게 한다. 그러나 언행일치를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흙과 돌을 가리지 않고 많이 품을수록 큰 산이 되고, 어떠한 물도 받아들여 정화하는데 힘들어도 포용하므로 써 큰 바다를 유지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나름대로 방역수칙을 준수하지만, 매일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보면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접종은 시작됐지만, 아직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에 있는 것만 같다. 팬데믹 시대 나의 건강이 가족의 건강이고 마을의 건강이다. 너와 내가 따로 없는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변해야한다. 따라서 포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아닐까.

이제 해녀가 전설이 돼가고 있다. 고령으로 눈에 띄게 줄어만 간다. 해녀가 되려는 사람도 없지만, 해녀가 되겠다는 사람을 포용할 생각도 없다. 지금은 많은 정책적 도움과 배려로 탄탄한 성을 쌓은 듯하지만, 결국 성안에는 아무도 없게 될 것이고 유물과 함께 박물관이 될 것이다.

마을에 찾아오는 사람 반갑게 맞아주는 마을은 번성하게 될 것이고, 해녀탈의장에 젊은 해녀가 보일 때 해녀 역사는 이어질 것이다. 상호 도움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고 자연에 순응하라는 공자님의 말씀을 되새겨본다. 먼 곳에 있는 자식이나 친척보다 이웃이 친척이고 친구다. 하지다. 몸을 감싸던 무거운 옷일랑 시원하게 벗어 던지고, 좁았던 마음의 창도 시원하게 열어서 우리 모두 더불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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