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암창개 온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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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 애월문학회장

얼마 전 강영수 작가의 수필집 ‘암창개 온 어머니’를 읽었다. 필자는 강영수 작가가 북제주군의회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곁에서 그를 보좌한 적이 있다. 이후 지금까지 막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송곳 같은 질문으로 집행부를 적이 당황하게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우도에서 태어나 해녀 아내와 평생을 함께한 시인이자 수필가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누구보다도 진솔하게 우도와 해녀를 주제로 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오고 있다. 이번 수필집까지 포함해 시와 수필 등 10권의 작품집을 냈다.

‘우도’가 그의 삶의 영원한 터전이라면, 해녀 아내와 바늘과 실로 40여 년을 함께 살아온 그에게 ‘해녀’는 평생 마주해온 치열한 현실인 셈이다. 그런 까닭에 문학사를 통틀어 강영수만큼 ‘우도’와 ‘해녀’에 깊이 천착한 작가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번 수필집을 받고 ‘암창개’란 이름이 무척 생소했다. 우도의 어느 포구 이름이거나 갯가 이름쯤으로 으레 짐작했는데 그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슬픈 혼인. 즉 신랑 없이 치르는 어두운 혼례’가 ‘암창개’란 말임을 알았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이고, 과거 제주에서만 쓰던 말이란다. 작가랍시고 단어에 대한 지식이 짧은 나를 머쓱하게 했다.

‘암창개’란 혼례를 약속해 놓고 혼례 당일이 돼도 출타했던 신랑이 돌아오지 못하거나, 전쟁에 나가 기약이 없을 때 신랑 집에서 신붓집으로 가서 신부를 모셔와 치르는 것이다. 또 신랑 신부가 약혼한 다음 혼례를 치르기 전에 신랑이 부모상을 당했을 때도 상주로서 근신한다는 뜻으로 암창개가 치러진다고 한다.

이때 신랑 신부 예복은 색깔 있는 옷을 입지 않는다고 한다. 신랑은 가만히 방안에 앉아있으면 상객들만 신붓집으로 가서 신부를 모셔온다. 신부는 신랑 집에 오자마자 상복(喪服)을 입고 배례하고 난 다음 신부상을 받도록 하는데 하객들의 참례나 접객은 보통 잔치 때와 마찬가지로 치른다고 한다. 강영수 작가의 어머니가 암창개 시집을 왔다고 한다.

이 수필집을 보노라면 그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치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에게 어머니는 삶의 뿌리이자, 평생의 그리움이자, 애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랬던 어머니가 이제는 곁에 없다. 다시 볼 수 없는 먼 세상으로 갔다. 평생 가슴에만 묻어두고 꺼내놓지 못했던 속마음을 이 책 ‘암창개 온 어머니’에 차분히 풀어 놓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머니의 행장(行狀)이자 어머니께 바치는 사모곡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머니’라는 주제를 들고 나온 이번 수필집은 특별한 의미로 내게 다가와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필자의 어머니도 팔순을 넘긴지 오래됐다. 여느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내 어머니의 인생도 순탄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 농사를 평생 업으로 살아온 어머니는 이제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병원 신세를 자주 진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제주시에 사는 자식네 집에 올 때엔 10평 남짓 텃밭에서 손수 가꾼 나물 등을 한 보따리 가득 갖고 오곤 한다. 이것이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진정한 마음이리라. 그럴 때마다 어머니의 하해와 같은 사랑을 느낀다. 이 계절에 어머니가 부디 건강한 삶을 유지해 우리 곁에 오래도록 함께하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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