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할망전시관의 성공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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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제주문인협회장

고등학생 시절에 제주여중고 남쪽에 있던 목석원에서 조록나무 뿌리를 보며 감탄했었다. 나무는 땅 위에 있는 줄기와 가지, 잎이 전부가 아니며 땅 속에는 또 다른 우주가 있고, 나무가 만들어낸 예술품을 보며 감탄했었다. 아라동의 목석원에서도 형상석들이 스토리텔링을 갖추어 우아하게,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제주의 정체성을 알리는 가장 가치 있는 관광지라고 생각했었다.

목석원이 제주돌문화공원으로 새로 태어난다는 언론보도를 보며 목석원과는 차원이 다른 제주의 본질을 보여줄 거라는 생각을 했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제주에서 가장 흔한 게 돌이지만 그 돌이 제주도를 만들었으며, 마그마에서 현무암으로 변모하는 순간 신의 손길을 거친 듯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외연을 확장하여 자긍심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더더구나 소장자가 무상으로 기증했다니 감사함이 더해졌다.

돌문화공원이 문을 연 지 20여 년이 지났다. 제주의 정체성과 향토성, 예술성을 내걸고 문을 연 돌문화공원은 제주생성과 제주인류문화의 뿌리가 되어온 돌문화, 민속문화를 집대성한 역사와 문화의 공간이어서 더욱 소중한 관광지이다. 그런데 제주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돌문화공원이 가까운 곳에 있는 에코랜드와 교래곶자왈만큼 관람객들이 찾지 않는 걸 보면서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돌문화공원의 구조적 문제인가 아니면 관광객들의 관심이 낮아서인가.

며칠 전에 설문대할망전시관을 구경했다. 내부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지만 미완성인 전시물들을 보면서 매우 당황스러웠다. 제주의 신화와 역사, 4·3, 제주인의 삶 등을 패널로 채우고 있었으며, 전시자료도 민속품이긴 하지만 너무 평범한 것들이었다. 국립박물관이나 자연사박물관, 항일기념관, 해녀박물관, 4·3 평화공원, 민속촌 등과 동일한 전시물을 보면서 설문대할망전시관이라는 이름이 의아스러웠다. 신화역사공원에 제주신화역사는 없고, 호텔과 아파트, 상가가 들어선 것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은 의도를 납득할 수 없었으며, 콘텐츠는 생각하지 않고 의욕과 욕심만으로 지어진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경꾼을 배려하지 않은 것 같은 옥상의 공연장이나 지하 원형공연장에서 제주신화의 스토리를 가진 영상을 상영한다고 하는데, 빛의 벙커처럼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전시관을 보고 나오며 돌문화공원에 이렇게 많은 예산을 들여 내용이 없는 건물을 짓도록 지원한 제주도청과 도의회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전문가에게 용역이라도 의뢰해서 타당성과 경제성을 고려해서 지원한 것인가 하고. 또한 전시관에 들어설 콘텐츠 개발을 위해 어떤 구성원이 있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비난만 할 수는 없다. 내부 전시자료가 완료되어 2022년 하반기에 개관할 때는 제주도내의 다른 박물관이나 전시관 등과 차별성이 있는, 내실 있는 알찬 전시관으로 개관할 수 있도록 계획적인 작업들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설문대할망전시관의 성공적인 개관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전시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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