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팔자 상팔자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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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칼럼니스트

요즘 개와 나들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에는 개를 집지기로 많이 길렀지만 지금은 친구나 애인처럼 기른다. 그러니 나들이 할 때 친구로, 애인으로 개를 동반한다. 핵가족이나 고령화, 1인 세대 가정이 늘어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개로 인한 사고도 심심찮게 뉴스에 오르내린다. 개에 물리는 사고나 사망에 이르는 사고까지 생겨난다. 그럴 때면 법을 만들어서 개 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듯이 요란을 떨다가도 여론이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유야무야 잊히고 만다.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개 기르기는 이제 당위처럼 여기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명의 이기에 의지하여 따로따로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외롭다는 소리도 많이 들린다. 군중 속에 섞여 있어도 외로움을 타는 현대인들이니 외톨이가 된다면 고독은 공포 수준에 이른다. 외로움은 정신건강을 위협한다. 고독에 대한 스트레스가 죽음을 부르기까지 한다. 개는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게 정신 의학자들의 견해다. 신경생리학이나 심리학에서도 애완동물을 기를 때 외로움이 완화되고 스트레스나 우울증상도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주인을 반기며 폴짝폴짝 뛰는 강아지의 모습에서 가족 이상의 정을 느끼게 된다.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와 벗하며 삶의 여유와 정서적인 안정을 취한다. 아이들은 강아지와 뛰노는 가운데 생명에 대한 애착과 존중을 익히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란다.

이런 연유로 개를 식구처럼 대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휴가를 함께 떠나고 재산 상속까지 하는 시대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배우자와 자녀를 포기하고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친구나 애인은 멀어질 수 있어도 개는 주인을 배반하지 않는다거나, 잘 키운 반려견이 자식보다 낫다’는 말까지 한다. 개에 대한 인간의 신뢰와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개 팔자 상팔자라더니 앞으로 그 위상이 어떻게 변해 갈지….

그렇지만 개 기르기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사육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 지켜야 할 책임과 예의도 따른다. 사실 애완견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주인을 잘 따르고 갖가지 애교로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한 생명을 키우는 데 따르는 노동과 희생이 도사려있다. 해마다 빼놓지 않고 놓아주어야 하는 각종 예방 주사를 비롯해서 위생, 미용, 건강 등의 관리와 훈련. 거기다 이것이 어질러 놓은 집안 청소나 환경 관리도 만만찮다. 또 주기적으로 적당한 운동을 시켜줘야 하고, 애완견만 놔두고 집을 비울 수 없는 것도 큰 애로다. 아이를 키우는 수준의 노력과 희생과 경제적 부담을 치러야 한다. 처음에는 모든 걸 감수하겠다며 애완견을 들이지만 얼마간 키우다 힘들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요즘은 길거리를 애처롭게 떠돌아다니는 유기견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외로운 사람에게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그렇다고 그게 절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그에 준하는 신체적·정신적 대가를 치러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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