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고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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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춘강장애인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린도전서 13장)

코로나19로 인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홍조 띤 얼굴에 갱년기 증상이 심하냐고 물었더니 자식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 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힘든 엄마가 고3 엄마란 얘기는 옛말이다.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고도 중도 포기하지는 않는지, 취직은 하는지 대학 생활과 취업까지의 기간이 10년을 족히 넘는다.

그 여정이 아무리 길어도 엄마는 참을 수 있고, 늘 믿어줄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소망을 품어 줄 수 있으며, 함께 견디어내 줄 수 있다. 자식을 사랑하는 힘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엄마의 잔소리는 그저 자녀가 포기할까 봐, 자신을 사랑할 힘을 키워내지 못할까 봐 까맣게 타들어 가는 속에 끙끙 앓는 소리일 뿐이다.

친구의 딸은 재능이 있고 꿈도 많던 밝은 소녀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도 했지만, 무슨 연유에서 인지 모든 걸 포기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딸의 미래에 대한 계획은 그저 부모의 부담이 덜 하도록 최소한의 소비로 지내겠다는 것이다. 취업도 연애도 지인과의 만남도 없이 매일을 자기 방 안에서 맴돈다고 한다. 너무 답답해서 게임이라도 하라고 했단다. 친구의 하소연에 뭐라 해야 할지…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다.

2018년도 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성혜의 나라’가 떠올랐다. 주인공 성혜는 스물아홉 취준생이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인턴으로 입사했으나 억울하게 퇴사 당하고, 신문 배달과 편의점 아르바이트 그리고 취업 준비까지 하루하루를 억척같이 살아낸다.

그러다 뜻밖의 일로 5억이 생겼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마저 부모님의 병원비에 보태는 착한 딸로 살아야 했기에 끼니조차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으로 해결해나가던 주인공에게 5억 원이 생긴 것이다. 무엇을 할지 모두가 묻는다. 영화 속 주인공은 늘 바라만 보던 편의점 도시락 하나를 사 먹고 자전거를 산다. 그리고는 돈을 신탁에 맡겨버린다. 그리고 친구에게 앞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 것이라 이야기한다. 최저임금보다 적은 140만 원을 매달, 40년 동안 주겠다는 제안을 선택한 것이다.

무엇을 시작해도 되는 나이인 2030세대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50이 넘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우리 세대는 한국전쟁 후 살기 위해선 일을 쉴 수가 없었다는 부모의 한탄을 들으며 자랐고, IMF 금융위기 속 실직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일하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여기며 살아온 기성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포기가 그들보다 우리에게 더 큰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다. 작은 방에 속에서 겪고 있는 고통이 우리의 치열했던 삶의 고통에 비해 절대 작지 않음 또한 인정한다. 다만, 자신을 사랑하기를 권하고 싶다. 자신을 위해 한 번 더 참아보고, 현실이 아닌 자신을 믿어주고, 꿈을 다시 품는다면 지금의 상황을 이겨낼 힘이 생기지 않을까. 다시 한번 더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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