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관기(官紀)
흔들리는 관기(官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기강은 한자로 ‘벼리 기(紀)’와 ‘벼리 강(綱)’을 쓴다. 벼리란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 놓은 줄을 가리킨다. 나중에 ‘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라는 의미로 확대됐다. ‘벼릿줄’이라고도 한다. 벼리를 잡아당기면 그물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다.

허나 벼리가 튼실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그물눈이 있더라도 전혀 쓸모가 없다. 비록 그물 안에 만 마리의 물고기가 들었다 하더라도 벼리가 풀리거나 빠져버리면 그물을 끌어올리지 못해서다. 결국 벼리. 즉 기강이 부실하면 그물 안에 있는 물고기를 다 놓칠 수 있다.

▲기강의 사전적 정의는 ‘규율과 법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조직과 집단, 국정과 도정 등을 운영하려면 반드시 기강이 필요하다. 질서 유지나 목적 달성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뼈대’인 까닭이다. 기강이 올바로 서야 모든 일이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기강의 어원은 중국 유교 경전 가운데 하나인 서경(書經)의 오자지가(五子之歌)에 처음 등장한다. “요임금 때부터 이 기주 지방을 다스렸는데, 지금은 도를 잃어 그 기강이 문란해지니 마침내 멸망하게 되었도다” 문장이 그것이다. 그 후 기강은 나라를 다스리는 법도를 뜻하게 됐다.

▲기강은 조선조를 관통하는 핵심적 정치담론이자 정치적 실천과제였다. 기강이 해이해지면 만백성은 방자히 날뛰게 되고 천하만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 당대의 상황을 진단하고 평가할 때 기강 문제와 이에 대한 논쟁이 빠지지 않았다.

조선조 사회가 전근대적 왕조국가로서 통제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했음에도 500여 년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이와 관련해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기강이란 국가의 타고난 기운으로, 기강이 서지 않으면 만사가 퇴폐하고 나라가 해이해진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와 선거철이 겹치면서 요즘 공직사회 기강이 허물어진 느낌이다. 공무원들이 특별 복무지침을 무시한 채 유흥주점에 들렀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가 하면 술을 마신 뒤 운전하는 등 물의를 빚어서다. 덩달아 도지사의 대권 행보에 따른 도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급기야 원희룡 지사가 진화에 나섰다. 지난 12일 도민들께 사과하고 공직기강 쇄신책을 마련해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약속한 게다. 과연 이를 통해 흔들리는 공무원 사회의 관기(官紀)가 바로 잡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