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저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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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제주 최대 규모 어린이집 학대 사건’, 하마터면 자지러질 뻔했다.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 2차 재판이 열리는 법정. 그 현장의 폐쇄회로 영상을 보며 증거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약 30초 영상 10여 개가 안방으로 들어온다.

처음엔 귀와 눈을 의심했다. 차마 그렇게까지 했겠나. 그러했다. 그것은 명확한 사실이었고 명백한 실재였다. 영상이 있었던 일을 있던 대로 재현해내고 있지 않은가.

억지로 바나나를 먹이려다 싫다고 고개 돌리며 발버둥 하는 아이 입에다 억지로 우겨넣는다. 가만 앉아 있는 아이를 발로 걷어차며 옆의 아이에게 자기처럼 때리라 시키자 달아나는 아이를 붙잡아다가 바닥에서 질질 끈다. 잠을 자지 않는 아이를 밀친다. 넘어져 아프다고 뒹구는 아이를 보듬어 주는 손이 없다. 오히려 아이를 물병으로 내려친다. 식판을 들고 있는 아이를 세게 밀친다. 넘어진 채로 바둥거리는 아이, 옆에 있는 동료들도 멀거니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누군가, 넘어진 아이를 안아 일으키는 손은 없었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 머리를 때린다. 그리곤 아이의 머리채를 낚아챈다. 목이 꺾일 듯 심하게 뒤로 젖혀졌다. 어처구니없는 장면들이 아닌가. 카펫 바닥에 놓인 새빨간 하트가 무색하다.

저토록, 왜 그랬을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

“어떡해….” 방청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놀라움과 충격에 분을 삭이지 못하겠다는 소리다. 학부모들 눈 질끈 감고 눈시울을 붉힌다. 여기저기서 눈물 훔치는 기척이 들린다.

부장판사도 말을 잇지 못한다. “주변 사람 누구도 말리지 않은 것이 참….” 법관으로서 냉정해야 할 엄중한 자리에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가만 생각해 본다. 어린이집 교사도 교직 신분이다. 소양과 자질을 검증받았을 것이며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친 이들 아닌가. 저렇게 무분별한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지. 이제 겨우 대여섯 살밖에 안된 철모르는 아이들인데 무슨 분수를 알까. 영상에 잡힌 그들 행위의 전후를 살피건대, 아이들을 괴롭히고 패대기치거나 윽박지르게 할 만큼 잘못된 게 하나도 없다. 설령 있더라도 아이들인데, 웬 저 짓인가.

어린이들을 학대한 그들에게 정중히 묻고 싶다. “당신들에겐 저만한 자녀가 없는가?, 아니면 집안 혈육이나 이웃도 있지 않은가?” 당신의 그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누군가가 때리고 밀치고 내던지고 쥐어박으면 어쩔 것인가. 그냥 있지 못해 어떻게든 대응할 것이다. “이런 나쁜 사람하고는, 어린아이들을 물건 다루듯 하다니.” 그대로 놔두려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소중한 가치요 미래요 평화다. 생각해 보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고 천진난만한 아이들 어디에 그 큰 손을 갖다 댈 곳이라도 있는가 말이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그 눈망울을 마주하고 차마 그악스럽게 굴 수 있었는지 말문이 막힌다. 그 어린이집 교사들, 그들은 이 아이들이 커 가며 잊히지 않을 끔찍한 공포의 기억을 어찌하려는가. 가슴이 먹먹해 온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 뜻을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싹을 위한 나무는 잘 커 가고, 싹을 짓밟는 나무는 죽어 버립니다.”라고 했다.

‘싹을 짓밟다니,’ 아이들을 어떻게 저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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