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지폐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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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돈의 역사는 위조화폐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이 만들어지면 으레 가짜 돈이 유통되고, 이를 막기 위해 정교한 기술이 개발되곤 한다. 그런 면에서 지폐는 첨단기술이 농축된 최고의 인쇄물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지폐에는 사진이나 그림은 물론 글자의 모양과 구성 등에 사회·문화적 요소까지 고려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종이 질부터 인쇄까지 첨단기법이 총동원된다. 어쩌면 기술력의 과시라기보다는 위조 방지를 위한 고육책이기도 하다.

위조지폐 제조가 오래 전부터 범죄자들의 목표가 된 건 손쉽게 떼돈을 벌 수 있는 방법 중 으뜸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위조지폐 기술을 둘러싼 국가기관과 위폐범들 사이의 머리싸움도 갈수록 치열하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큰 골칫거리임이 틀림없다.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유통되는 위폐는 단연 100달러짜리다. 실제와 워낙 똑같아 전문가도 진위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라 해서 ‘슈퍼노트’·‘슈퍼달러’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요즘에는 적외선감별기나 특수확대경으로만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슈퍼슈퍼노트’까지 등장해 세계 금융계를 농락하고 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판치는 것이다.

우리나라 화폐 위조는 조선 숙종 연간부터 기록에 나온다. 상평통보 위조자 일당이 교수형에 처해졌다는 사실이 전해진다. 오늘날에는 2006년 1만원권 4000장을 위조한 사람이, 2013년엔 5000원짜리 5만장을 위조한 40대가 검거돼 발칵 뒤집혔다. 2016년까지만 해도 돈을 위조하면 사형이나 무기형에 처할 수 있는 중죄였는데 정말이지 간 큰 이들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영향으로 현금 사용이 줄면서 위조지폐 적발 건수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고 한다. 올 상반기에 발견된 위조지폐는 38장이다. 작년 동기 161장에 비해 76% 줄어든 것이다. 액수로 치면 39만원 정도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대면 거래가 축소된 영향이 컸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보통 위조지폐는 돈이 쓰이는 과정에서 발견되는데 돈줄을 막은 코로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행이 매년 위조화폐 유통을 방지한 공로자를 포상하는데 그 건수가 미미해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가 통화위조 범죄를 잡았다는 웃지 못할 촌평이 나오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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