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잎 클로버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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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순 수필가

날씨가 덥다. 가로수들마저 더위를 먹었는지 마지못해 길가에 버텨서 있는 듯 생기가 없다. 에어컨에서 찬바람이 쏟아지는 방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아도 그 열기가 느껴진다. 싱그러운 초록 숲에서 피서를 하려는 사람들로 숲길 산책로는 시간에 상관없이 분주하다. 산책길에서 앞서 뛰어가던 아이가 풀밭에 주저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다. “뭘 찾니?” “네 잎 클로버요. 행운이 온대요”

사실 네 잎 클로버는 돌연변이에 불과하다. 클로버 전문가의 말로는 처음 발견한 네 잎 클로버와 연결된 클로버를 찾아가면 네 잎뿐 아니라 아홉 잎까지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아이가 찾는 ‘행운’은 어떤 의미일까? 알 수 없는 행운을 찾아 수그린 아이의 동그란 머리 위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다. 한참 풀밭을 뒤적이더니 “엄마! 네 잎 클로버 찾았어요!” 아이가 상기된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한다.

행복은 가까운 곳에, 흔하게 널려있다. 사람들은 네 잎 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라는 사실만 알지 그 흔한 세 잎 클로버가 ‘행복’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모른다. 세 잎 클로버의 ‘행복’이 주위에 널려 있는데도 네 잎 클로버의 ‘행운’을 찾느라 고생한다.

사람이 사는 목적은 그 어떤 성취에 있든 행복을 얻기 위함이다. 취직, 결혼, 친구, 부와 명예… 등등은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들이다. 행복은 자기 뜻대로 성취하고, 즐기며 누릴 수 있을 때 느끼는 마음의 상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다. 하지만 막상 그런 꿈이 이루어졌을 때 모든 사람이 행복할까? 자신이 꿈꾸던 미래가 현실이 됐으니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까? 우리는 늘 행복해지고 싶지만 정작 행복에 대한 속성은 잘 모르고 살아간다. 그래서 남들이 바라는 행복조건들을 나도 차지하려 아등바등 사는 것이다. 그러다 바라던 행복에 안주해 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치는 이들이 허다하다. 사람들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가 평소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따라서 인간관계가 행복일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또 어떤 사람들은 미래의 삶에 행복을 걸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현재의 삶의 행복을 포기하게 된다. 오지도 않을 미래에 오늘의 행복을 저당 잡혀 힘들게 살다 인생을 마치는 이들 또한 부지기수다. 행복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나에게 맞는 맞춤형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거대한 성공보다는 현재의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삶이 유행처럼 번진다. 그러더니 이제는 나이에 상관없이 너도나도 현재를 즐기려 한다. 또 행복의 수명은 짧기에 작은 행복을 얻으려 깜짝 이벤트를 감행한다거나 뜻 맞는 사람들끼리 ‘번개팅’이라는 깜짝 만남도 시도한다. 아무리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 해도 저 나름의 소소한 행복들을 모아 엮으며 살다보면 코로나에 대한 공포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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