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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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요즘 마을 주변에 있는 오름의 색깔이 짙푸르다. 멀리서 오름을 바라보면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마을 주변 오름에는 소나무가 많다.

한겨울에도 고고함을 자랑하는 소나무가 이 칠월에 우뚝 서서 자기의 색깔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초가 생각난다.

당시에는 오름에 있는 소나무의 키가 작았다. 그런데 송충이가 무척 많았다. 그래서 초등학생들까지 석유를 넣은 깡통 하나씩 들고 학교 대신 오름으로 갔다. 집게로 송충이를 잡은 후 깡통에 담았다.

이러한 방식으로 송충이를 잡아 소나무를 보호했던 것이다.

마을 주변 오름들의 소나무가 성장하는 데에는 초등학생의 땀까지 보태졌다.

1970년대는 연료 사정이 좋지 않은 시기였다. 그래서 마을주민들은 오름에 올라 소나무 삭정이·마른 솔잎·땅에 떨어진 솔방울을 갖고 밥 짓는 데 쓰기도 했다.

1970년대식 윈-윈하는 방식이었다.

1980년대에는 난로가 많이 사용되면서 소나무로부터 연료를 얻는 일이 적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오름을 찾는 일도 적어졌고 소나무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키가 쑥쑥 컸다. 최근에 마을 주변 오름에 오르니 소나무들이 엄청 커 있었다.

초등학생이 송충이를 잡던 그 소나무가 아닌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사람은 1m도 크지 않았지만 소나무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성숙도 면에서 나무는 확실히 사람보다 우성 유전자를 갖고 있다.

나무 아래 사람이 있지, 나무 위에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제주지역의 소나무가 다른 지역(내륙)의 소나무와는 유전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 관심이 쏠린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우리나라 소나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마련한 ‘소나무 전국 유전자 분포지도’에 따르면 제주의 소나무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자연에 적응하면서 독특한 유전자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제주는 화산섬이어서 내륙과 지질학적으로도 다르다. 바람도 세고 기온도 높다. 이런 지역적 특성이 소나무에 녹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측은 “제주의 소나무 숲을 보전한다면서 내륙에 있는 소나무 종자를 심어서는 안 된다”며 “유전적으로 독특한 제주의 소나무를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 소나무에는 스토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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