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을 찾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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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종영된 드라마를 몰아보는 것 외에 TV를 잘 보지 않는 아내가 유독 채널 고정하며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집을 구하는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조건에 맞는 집을 알아봐 주는 프로그램인데, 소개되는 집들의 독특한 구조나 창 너머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출연자들 못잖게 탄성을 내지르곤 한다.

나는 아내의 그런 모습을 보며 불안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한다. 나 역시 홈쇼핑 채널에 사고 싶은 물건이 소개되면 채널 고정으로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탓에, 아내 역시 나에게 뭔가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어느 날 평소에 TV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으면서 그 프로그램만큼은 챙겨 보는 이유가 무엇인지 용기(?) 내어 물어봤다. 아내는 “우리 처지에 상상도 못 할 집들을 보면서 대리만족하는 것도 있지만, 누군가 자기 일처럼 집들을 꼼꼼하게 챙겨 봐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물론 TV에 비쳐지는 것, 출연자들의 과장된 표현과 몸짓을 전부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흥미롭다는 것이다.

‘자기 일처럼~’이라는 말에 문득 며칠 전 저녁 시간에 사무실로 걸려 온 전화 한 통이 떠올랐다. 전화를 한 남성은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서 제공하는 법률홈닥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라고만 자신을 밝혔다. 순간 ‘서비스 이용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 하는 불길함에 긴장하며 수화기를 귀에 더 바짝 갖다 댔다. 이어서 그는 법률홈닥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가 정말 친절하게 상담을 해 주고 귀찮을 정도로 문의를 해도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응대를 해 줘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러 다른 지역의 법률홈닥터 변호사에게도 전화를 해 봤는데, 그에 미치지 않더라는 것. 그러면서 “여태껏 이렇게 자기 일처럼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노력해 준 사람은 없었다.”며 “어떤 식으로든 꼭 칭찬을 해 주고 싶어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순간 뭔가 일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과 기쁜 마음이 교차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상대방이 ‘자기 일처럼’ 한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책임감을 갖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자신 있게 하는 사람에게서만 나오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이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타인을 위한 일을 사무적·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매뉴얼만 익히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기 일처럼’ 할 수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는 진짜 전문가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진짜 전문가들에게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다름 아닌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이해하며 공감해 주는 데 소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사가 되지 않는 골목식당들의 문제점을 파악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요리 전문가, 주인조차 컨트롤할 수 없는 문제 견들을 길들여 놓는 반려견 훈련사가 자신의 전문성을 과시하기보다는 가게 운영에 힘들어하는 이들의 사연에 집중하고 개를 키우는 이들의 고충을 충분히 공감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칭 타칭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진짜 전문가를 식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타인을 위한 일을 ‘자기 일처럼’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면, 그가 ‘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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