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보는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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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다시 접한 ‘소설 삼국지’가 재미와 의미를 주는 것은 영웅들의 지인지감(知人之鑑) 때문이다. ‘상대를 잘 알아보는 눈’을 가졌느냐에 따라 흥망이 갈렸다. 초야에 묻힌 인재를 찾아낸 이는 창성하고, 측근의 충심조차 알아채지 못한 이는 백만대군을 보유하고도 몰락했다.

‘천하를 다투려거든 먼저 인재를 다투어라.(夫爭天下者 必先爭人)’라는 제왕학의 격언은 지금의 어느 분야에도 유효한 것을 보면 인재 영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조조는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란 소리를 들었지만, 사람 욕심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스스로 문무를 겸비했기에 사람을 보는 감식력이 탁월했다. 아무리 적장이라도 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하면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거나, 만들려고 온갖 정성을 쏟았다. 그래서 다른 영웅들에 비해 인재풀이 막강했다. 비록 회유하는 데 실패했지만, 관우의 마음을 얻으려고 여포가 생전에 탔던 적토마를 주저 없이 하사하기도 했다.

유비는 열혈 지지층이 있음에도 초반엔 동가식서가숙할 정도로 취약한 기반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를 극복하고 역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었던 것은 당대 최고의 책사인 제갈공명을 영입하는 데 성공하면서다. 이로 인해 아킬레스건이었던 전략가의 부재를 해결하고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이룩할 수 있었다.

손권은 18세의 어린 나이에 대권을 계승했지만, 선대를 모셨던 충신들을 내치지 않고 공경했다. 그런 그의 곁에 주유와 노숙 등이 있어 오래도록 강동의 맹주로서 웅거할 수 있었다.

반면 원소는 4대째 정승을 배출한 명망가 출신으로 ‘반(反)동탁 연합군’의 수장을 맡을 정도로 한때 최강자로 군림했지만, 일찍 자멸했다. 시기와 질투가 심해 좋은 계책을 세우고도 선뜻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겉은 관대하나 속은 좁았기에 책사들과의 불화도 잦았다.

▲현대에 이르러 최대 규모의 인재 영입전이 전개되는 곳은 아무래도 선거판이다. 그중에서도 내년 3월에 실시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장 큰 장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맞춰 잠룡들이 싱크탱크와 후원회를 출범하는 것도 인재 확보를 통해 세력 확장을 위해서다.

삼국지에 이런 말이 나온다. ‘군주가 신하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신하도 군주를 골라 섬겨야 한다’라고.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튼다는 말과 같다. 지인지감은 오늘의 장삼이사에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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