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핸드폰
돌아온 핸드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사람이 뭔가 잃어버렸을 때 상실감에 따른 실망처럼 마음 아픈 것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자신이 가장 소중히 하는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이는 마치 절친한 벗을 저 세상에 보낸 것만큼이나 애통하다. 스스로 잘못해서 생겨난 일이라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나는 며칠 전 자칭 보물 1호라고 여기는 핸드폰을 분실하였다. 인근 표선우체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칼럼집 몇 권을 택배로 탁송하기 위해 갔다가 잠시 탁자 위에 놓아둔 핸드폰을 잃어버린 것이다. 조금 전까지도 미국 지인의 전화번호를 핸드폰에서 찾아 택배 주소에 써넣기도 했는데 잠깐 사이에 그만 핸드폰이 사라져 버렸다.

참으로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 당시 우체국 안에는 나를 비롯해 몇몇 사람들이 함께 있었지만 설마 곁에 놔둔 핸드폰을 누군가가 가져갈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핸드폰 안에는 1만여 명이 넘는 지인들의 연락처와 소중한 정보들이 함께 들어 있어서 그것들은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참으로 소중한 것들인데 일순간 방심한 것이 큰 화근이 되었다. 이를 지켜본 우체국 직원도 황망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 역시 별 도리 없는 일이었다.

돌이켜 보면 나의 이러한 건망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맨 처음엔 광주 대각사 약수터에서 지갑을 잃었다가 기연(奇緣)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으며 두 번째는 만(卍)자 반지를 잃었다가 명상원 주차장 자갈밭에서 참으로 우연치 않게 눈에 띄어 다시 돌아온 묘연(妙緣)도 있었다. 하도 신기해서 ‘돌아온 지갑’이라는 제목과 ‘돌아온 반지’라는 이름으로 신문 칼럼을 써서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때 잃었다가 돌아온 지갑과 반지는 특별대우를 받으며 현재 나와 함께 밀월여행 중이다.

그런데 말이다. 최근 내게는 또 다시 신통방통한 일이 발생하였다. 내 곁을 무단가출했던 그 핸드폰이 다시 또 돌아온 것이다. 핸드폰을 잃어버린 즉시 표선파출소에 분실신고를 내기도 했고 핸드폰 상점을 찾아가 소위 ‘위치추적’(이번에야 알게 됐지만)을 했는데 이 ‘위치추적’이 기적을 일으킬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현대과학문명의 신(神)이 인공위성을 통해서 분실한 핸드폰의 위치를 깜빡거리며 구원의 손짓을 보내왔다. 묘하게도 위치는 내가 살고 있는 성산읍 신풍리 입구를 가리키고 있었고 근방에 도착해 전화를 한 결과 도로변 풀밭에서 ‘윙!~~’하는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와! 얼마나 반갑던지 두 손으로 품어 안았다.

역사는 기록이 아니라 기적이다. 어떻게 우체국에서 잃어버린 핸드폰이 예까지 날아올 수 있었단 말인가? 나는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오늘 이 순간의 역사는 기록이 아니라 기적이다!”라고. 어쩌면 우리 인생의 모든 삶은 나날이 이와 같은 기적이 연출되고 있지 않을까. 뜻하지 않은 곳에서 전혀 예기치 못하는 일들이 전개되는 이 모든 삶의 역사는 기적(奇蹟)이 아니고는 설명할 말이 따로 없을 것 같다. 이번에 ‘돌아온 핸드폰’ 사건을 몸소 체험하면서 누군가 그는 순간의 탐욕 때문에 핸드폰을 가져갔다가 자신의 후회와 함께 훔친 핸드폰을 버렸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용기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이젠 그러지 마세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