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의 요절복통 유럽여행기
빌 브라이슨의 요절복통 유럽여행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나를 부르는 숲', '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잘 알려진 작가 빌 브라이슨의 책은 우선 재미있다.

그가 20년전 고교친구 카츠와 여행했던 발자취를 더듬으며 다시 유럽을 다닌 기록을 담은 여행기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21세기북스 펴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유럽 최북단 함메르페스트에서 파리, 브뤼셀, 아헨, 쾰른, 함부르크, 로마, 나폴리, 피렌체, 베른, 빈, 소피아, 이스탄불까지 여행한 기록은 철저히 유머로 포장돼있어 웃음을 멈추기 힘들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영국 더 타임스와 인디펜던트지에서 20년간 기자로 일한 언론인 출신이다. 여행지에서 경험한 풍경, 식당, 호텔, 사람들의 특징을 예리하게 끄집어내 거기에 촌철살인의 유머를 섞는 것이 그의 매력이다.

그의 유머 안에는 미국인으로서 유럽을 바라보는 존경과 냉소가 교차하고, 각국의 문화적 차이를 포착하는 남다른 눈썰미, 유대인문제나 환경문제 등에 대한 지식인다운 사유도 엿보인다.

20년전 프랑스인의 쌀쌀맞음에 질렸던 파리를 다시 찾은 그는 사람들이 약간 친절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파리를 떠날 때 택시 승강장에서 "권리를 침해당한 프랑스 사람처럼 외치며, 온몸으로 택시 문을 막으며" 소유권을 주장한 끝에 겨우 택시를 탄다.

"나를 밀던 남자의 넥타이를 낚아채서 문틈에 끼워놓고 북(北)역까지 택시와 경주시키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면서 운전사에게 빨리 이 망할 곳을 벗어나달라고 말했다. 운전사는 똥이라도 밟은 듯이 나를 쳐다보고는 역겹다는 한숨을 쉬면서 마지못해 변속기를 움직였다. 역시 파리는 변하지 않았다"
1992년에 출간돼 요즘 풍경과는 다른 부분이 있지만 부담없이 읽기좋은 여행서인 것만은 틀림없다.

권상미옮김. 392쪽. 1만3천800원.(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