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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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수필가

여느 주사와 별로 다를 것 없다. 망설임을 부추겼던 소문이 무성했던 만큼, 경험하지 않은 특별한 무엇이 있을 것 같았다. 긴장했던 거에 비해 싱겁게 끝났다. 이상 반응이 있을까 잠시 앉아 있는 사이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운 증상이 느껴졌다. 호흡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예민했던 뒤로 스치는 느낌이었는지, 슬그머니 사라졌다.

벼르고 미뤄 온 어려운 숙제 일부를 푼 것처럼 홀가분하다. 예약을 해놓고 여기저기서 참견하는 우려의 목소리에 혼란스러웠었다. 제주에서 확진자가 제일 많이 발생한 날, 보건소 앞을 지나치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로까지 줄을 선 검사 대기자를 보고 제주 사회의 심각성이 우려를 넘어섰다는 걸 실감했다. 주춤거리며 망설일 여유가 없다. 중대한 일을 앞에 둔 것처럼 며칠 전부터 몸 상태를 세심히 살피며 보냈다. 질병 관리청 ‘국민 비서’의 메시지가 섬세하게 일정과 접종 후 생활을 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됐다.

미리 냄비 가득 국을 끓여 놓고 밑반찬 몇 가지 만들어 두었다. 3일 동안 조심하라는 주의 사항을 명심해서 지키리라. 팬데믹 이후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다를 것 없는데, 슬그머니 묶였다는 속박감이 갑갑증으로 왔다. 손에 잡히는 일 없어 책을 들춰보거나 글 몇 줄 쓰며 보내는 시간이 지루했다. 멀리 가까이에서 괜찮으냐는 안부 전화를 여러 번 받았다. 대단한 일을 치른 것 같은 기분이다. 다행히 큰 불편 없이 지났다. 2차 접종이 남아 있지만, 별문제 없으리라는 안도감이 든다.

음압병실에서 치료 중이거나, 격리자의 답답한 심정이 어떠할까. 사람은 서로 어울려 사는 사회적 동물인데 홀로 격리돼, 고립된 단절감은 상상을 뛰어넘을 것 같다. 육체적인 고통도 크겠지만 정신적인 시달림으로 심신이 피폐하지 않을지. 더불어 사는 세상인데 서로 어울려 병이 옮겼으니, 앞으로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라는 경고였나. 얼굴을 마주 보고 손잡아 다독이며 살아야 정이 깊어지는데, 세상은 어떻게 변해갈지 종잡을 수 없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미처 생각지 못한 여러 변화가 올 것 같다. 거리 두기로 저녁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아졌다. 그 덕에 가정이 더 화목해졌다는 발표가 있었다. 잃은 것도 많지만 긍정적인 면으로 얻은 것도 있어 다행이다. 앞으로 사회는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될지. 새로운 변화가 공감을 얻고 희망적인 면으로 변해가기를 소망한다.

휴가철이다. 제주 사회가 걱정이다.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관광객들이 제주로 몰릴 이번 여름을, 염려하는 도민들의 심정은 모두 같으리라. 반겨 맞이해야 마땅하겠지만, 그동안 겪으며 누적된 피로에 불안감을 토한다. 오래 시달린 탓에 심리적으로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밤이면 해수욕장에서 음주 등, 일탈행동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보도도 염려스럽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4차 유행으로 무섭게 번지고 있다. 그악스럽게 진화하며 좀체 수그러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이번 여름을 어떻게 보내는 가에 따라 유행병 확산 여부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거리 두기 방역이 고무줄 같은 시기다.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안전 운전이라면, 백신은 안전벨트다.’ 라는 말처럼, 백신 접종이 우선이나 일상생활에서 각자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최선책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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