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피아노공방에서 옛 열정을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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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흐르는 센 강 좌안(左岸)인 리브 고슈(Rive Gauche)는 상업지구라기보다는 주거지구다. 수많은 공원과 대학 몇 개가 있는 이 곳은 예부터 가난한 예술가와 장인들의 터전이다.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뿌리와이파리 펴냄)의 저자 사드 카하트는 프랑스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다 미국으로 건너가 연예사업 컨설턴트를 했다. 책에 쓴 이야기는 그가 12년 전 다시 파리로 돌아와 리브 고슈에 집을 얻어 사진작가인 아내, 두 자녀와 살면서 체험한 피아노공방 이야기다.

모든 것이 수동으로 진행될 것 같은 리브 고슈 주택가의 고즈넉한 골목. 노인과 청년이 함께 운영하는 피아노 공방을 매일 지나치던 카하트는 그곳에서 중고 피아노를 하나 사고 싶다는 소망을 품는다.

그는 단골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러차례 거부당했지만 공방을 공동운영하는 청년 뤼크와 말을 트게 되면서 공방 뒤에 누워있는 피아노 수십개를 대면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그의 집에 들어앉은 소형 그랜드 피아노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마들렌 과자처럼 그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음악시간, 피아노 선생님에 대한 추억을 되살린다.

무게가 300㎏에 달하는 피아노를 몸에 묶은 채 아무런 도움없이 혼자서 운반하는 '인간 아틀라스'를 묘사한 대목은 경탄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낸다.

"사내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최대한으로 힘을 쓰는 짐 끄는 짐승 같았다. 이어 허리를 조금 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숨을 빠르게 들이키더니, 다시 층계를 올랐다. 내 앞의 남자는 땀을 흘리는 근육과 튀어나온 핏줄로 이뤄진 시뻘건 덩어리로 변신했다"
전문적인 피아노 메이커 이름과 음악 이야기가 줄줄이 나오지만 책을 읽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우연히 마주친 피아노공방에서 어린 시절의 열정과 탐닉을 기억해내고 이를 중년의 활력으로 이어가는 한 남자의 모습이 부럽다.

정영목 옮김. 352쪽. 1만3천원.(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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