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준공영제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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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60대 이상 장년층에게 버스는 아련한 추억이다. 1970년대 전후만 해도 신작로를 달리는 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통학길 버스는 늘 콩나물 시루 같아 버스 안내양이 손님을 강제로 밀어넣은 뒤 출발 신호로 “오라이(all right)”를 외치곤 했다.

시대를 건너 버스 회사들이 수익성만 추구하다 보니 고객이 많은 지역에만 노선이 편중되는 문제가 생겼다. 오지에는 버스가 들어가지 않거나 배차 시간이 길어 불편을 겪는 경우가 허다했다.

2004년 7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해 대중교통 체계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금은 부산·대전·대구·광주·인천 등 광역시로 확대됐고, 제주에서도 2017년 8월부터 전격적으로 시행 중이다.

▲버스 준공영제는 버스 운행을 민간 기업에 맡기고 운영에 따른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제도다. 노선이 촘촘히 깔리면서 버스 이용이 훨씬 편리해졌다. 환승 시스템이 도입돼 추가 비용 없이 버스를 갈아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자치단체가 취약지역까지 노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돈이다. 서울시만 해도 준공영제 시행 첫해 지원금은 820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6600억원으로 8배 넘게 뛰었다.

예견된 일이었기는 하지만 제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준공영제 이전 200억원대에서 2018년 965억원, 2019년 962억원, 지난해 1002억원 등 해마다 천문학적 재정이 소요되고 있다. 가성비 좋은 시민의 발로 자리잡은 것 같지만 심각한 적자에도 누군가가 낸 세금으로 버스는 달릴 수 있는 것이다.

▲5년차를 맞은 제주의 버스 준공영제는 아직도 뼈저린 산고를 치르고 있다. 제도의 핵심은 값싸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건데 수송분담률은 매년 14~15% 수준으로 제자리걸음이다. 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민원도 연간 수백건으로 끊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개선점이 별로 없다.

정책은 불충분한 현재를 미래의 바람직한 상태로 바꾸려는 시도다.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재결정해야 하는 연속적 과정이기도 하다.

제주의 버스가 밤낮·휴일 구분 없이 잘 굴러가는 건 시민이 낸 세금에 기반한 것이라는 일차적 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준공영제. 도의원과 공무원은 그렇다 치고 시민 개개인이 보이지 않는 이면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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