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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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수필가·시인

작년 1월에 아들딸이 공동으로 농자재 사업을 시작했다. 판매와 수리를 겸해 제법 규모가 크다. 곧이어 발발한 코로나19, 다행인지 농업 관련 사업이라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1년이 지나 올해 판매할 물건을 들이는데 가격 상승이 심상치 않았다. 그뿐 아니다. 문을 닫는 소규모 공장들이 꾸준히 늘어났다. 물건 구매를 포기해야 하는 품목이 늘어갔다. 필요한 자재를 구하지 못한 농민의 불편도 적지 않다.

제주도는 많은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이다. 겨울은 본토에 비해 따뜻하다. 푸른 바다와 오름, 천연 숲이 주는 시원함으로 여름도 피서객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국립공원인 웅장한 한라산, 관광지가 밀집되어 있어 볼거리도 많다.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며 시간을 낚는 낚시와 마음만 먹으면 텃밭에서 사철 푸른 채소를 길러 자급할 수 있다.

노후를 보내려는 사람, 건강을 위해 제주도에서 살고 싶은 사람과 귀농이 늘면서 한때는 이주해 오는 사람이 한 해 3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주민이 늘어나자 농업도 활기를 띠고, 필요한 주거지 공사가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식당과 병·의원도 예전과는 다르게 북적였다. 한적했던 도로도 밀리는 차량으로 예전에 비하면 도착 시간이 배나 늦어졌다.

식물은 생육 조건이 맞으면 짧은 기간에 우점優點으로 주변을 점령한다. 살기 좋은 곳이 만들어지면 곤충도 마찬가지다. 식생만이 아니라 사업가는 사업하기 좋은 곳을 찾고, 예술인도 예술 하기 좋은 지방을 찾아 모여든다. 그게 순리다.

무리하게 인위적으로 만들어 가는 건 무리가 따른다. 인위적 규제로 망가진 걸 훗날 되돌려 놓으려면 몇 배나 힘든 과정을 겪게 된다. 어느 나라든 권력으로 시장을 통치하거나 그들의 욕심이 스며 있을 때 돌이킬 수 없는 국가 손실과 심판이 뒤따랐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아직도 일손이 많이 필요한 농촌이다. 예전에는 지역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이 배추 모종을 심거나 당근밭에 잡초를 매었다. 농사를 짓거나 지었던 분들이 하는 일이라 익숙했다. 척척 알아서 일 처리가 되었다.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지만 조금 남은 일은 해치우고 마무리했던 건 인심이고 배려였다. 몇 년 전, 하루 임금으로 받는 5만 원도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빳빳한 오만 원짜리 한 장보다 만 원짜리 다섯 장이 풍요로워 보였던 시절이다.

요즘은 그 자리를 인력차를 타고 온 외국인 노동자가 대신한다. 건설 현장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임금이 9만 원으로 올랐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손짓·발짓을 섞어야 한다. 일도 서툴다. 그들은 오후 다섯 시가 되면 연장을 놓고 서툰 한국말로 “사장님, 이제 집에 가요.” 한다.

일손이 많이 필요로 하는 마늘 같은 작물은 피하게 되고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최저 임금이 올랐으니 또 오를 것이다.

사업장에선 오른 임금을 줘야 하므로 물건값을 올려야만 한다. 배달, 택배, 마트, 자동차 수리, 농어업 모두 사람 손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모든 물가가 최저임금이 오른 비율 그 이상으로 오른다. 수지가 맞지 않은 사업장은 문을 닫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더 받아냈다지만 노동자의 호주머니가 아주 가벼워졌다. 수출에 타격을 주고, 외주 노동자와 수출 경쟁국에 좋은 일만 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그런데도 내년 최저임금을 또 억지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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