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통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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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태조가 조선을 세운 직후, 정도전에게 전국 8도 사람들의 특성에 대해 사자평(四字評)을 하도록 했다. 이에 정도전은 “경기도는 경중미인(鏡中美人·거울에 비친 미인과 같다),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시원한 바람과 밝은 달빛 같다),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바람에 하늘거리는 가는 버드나무와 같다)”라고 했다.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소나무와 대나무 같은 절개가 있다), 강원도는 암하노불(岩下老佛·바위 아래 있는 늙은 부처와 같다), 황해도는 춘파투석(春波投石·봄 물결에 돌을 던진 것과 같다), 평안도는 산림맹호(山林猛虎·산 속의 사나운 호랑이와 같다)”라고 평했다.

▲태조는 마지막으로 함경도 사람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정도전은 “함경도는 이전투구(泥田鬪狗·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처럼 악착같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함경도 출신인 태조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러자 정도전은 순발력 있게 “석전경우(石田耕牛·돌밭을 가는 소처럼 우직하다)”라고 바꿔 말하면서 태조의 심기를 누그러뜨렸다.

실제로 진흙탕에서의 싸움은 어떤 것이라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판을 사자로 평하라면 ‘이전투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모두가 ‘뼈대 있는 후손’이라고 강조하다 보니 적통(嫡統), 적자(嫡子), 서자(庶子), 맏며느리까지 등장했다. 자화자찬과 비방은 더 낯뜨겁다.

“혈통으로 따지면 적통이 못되고 서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적통이라는 단어는 옛날 왕세자를 정할 때 나온 이야기다.”(이재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대통령이 초대 총리로 선택한 사람이다”(이낙연), “제가 민주당으로 보면 가장 정통성 있는 후보다”(정세균), “이낙연 후보가 적자라니, 서자도 되기 어렵다”(김두관), “나는 민주당의 맏며느리다”(추미애) 등등. 민간 우주여행 시대에 조선시대로 돌아가 사극을 찍고 있느냐는 조롱이 나올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에 달하고 있다. 잠룡들로선 어떻게든 ‘족보’를 내세워 ‘계승자’임을 강조해야 ‘문심’은 물론 ‘당심’까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기대도 너무 기댄다. ‘민심’은 역주행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오죽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가 장인어른을 소환하면서 호소하겠는가. “노무현을 선거에서 놓아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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