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와 홍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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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한 15년쯤 전에 모스크바에서 꽤 큰 호텔에 투숙한 적이 있었는데, 두 개의 층이 한국인 전용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한국인 사업가가 세를 내서 한국인 전용으로 운영한다고 했다. 아침 일찍 커피를 마시려고 카운터를 찾았는데 그 뒤편 사무실에서 한국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모스크바까지 와서 호텔 사업을 하면서 이렇게 예배를 드리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인데 그들은 한국에서 이름 있는 재벌가 사람들이었다. 재벌이 쇠퇴하고 해체되어갈 때, 그들은 러시아 모스크바로 와서 한국인 전용 호텔을 경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호텔은 그냥 숙박업에 가까워 보였다.

한때는 이름 있는 재벌가였던 그들이 모스크바에서 숙박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그들은 세계사의 광야로 흩어진 사람들처럼 보였다. 어쩌다 버려진 세계사의 광야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으려고 절대자를 향하여 그들의 신앙을 내보이고 있었던 셈이다. 이후로 러시아에 갈 때마다 그들의 사업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세계사의 거친 광야에서 그냥 사라지지는 말았으면 하는 안타까운 생각을 하곤 했다.

‘제임스 릴리’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1986년부터 1989년까지 3년 동안 주한 미국대사가 제임스 릴리였다. 그 후에는 중국으로 가서 주중 미국대사로 3년을 근무하게 된다. 그러니까 그는 한국과 중국에 대해서는 꽤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있던 정치학자로서 외교관이었던 셈인데, 제임스 릴리가 중국의 민주화에 대하여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언젠가는 중국도 민주화되어야 할 텐데, 그들 안으로부터 민주화가 일어나게 하는 방식은 위험이 너무 크다. 그러니까 어느 만큼 민주화된 홍콩이나 대만이 중국과 가까이 지내다 보면, 그들이 누룩 역할을 해서 중국에서도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는가?” 정치 외교 전문가인 제임스 릴리가 중국의 미래에 대한 예언과 기대의 맥락에서 그런 글을 쓴 것이다.

그는 홍콩과 대만이 중국에 대하여 민주적 영향을 미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의 상황은 반대가 되고 말았다. 중국공산당이 홍콩을 강제로 장악했고 대만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임스 릴리의 글이 틀렸다고 말하긴 어렵다. 중국의 변화가 아직은 진행 중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된다. 그렇지만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예측하긴 어렵다. 현재의 중국은 특히 그들의 정치 권력은 세계사의 광야로 내몰리고 있는 중이라 판단된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세계사의 광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세계사의 흐름을 역행하는 듯한 공산독재의 형태로 중국을 붙잡아 두려는 권력자들은 세계사의 광야 속으로 큰 잡음없이 사라져갈 수는 없을까?” 생각한다면 과도한 기대감일까. 요즘 중국을 휩쓸고 있는 대홍수가 중국의 거대한 댐들을 거세게 몰아부치고 있는 중이다. 그 거센 홍수의 물결이 그들의 댐을 무너뜨리기보다는 권력에 집중하는 독선과 독재의 오래된 제방을 무너뜨렸으면 하는 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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