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편하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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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칼럼니스트

나는 언제부터인가 오른쪽 엄지발가락으로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다시 컴퓨터를 켠다. 많이 편하다.

그 전엔 컴퓨터 바닥의 전원을 켜려고 불편하게 허리를 굽히곤 했었다. 잘 안 될 것 같았지만, 지금처럼 익숙해지는 데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계치가 아닌 사람인 다음에야 컴퓨터는 물론이고, 가전제품까지 아들이 손봐준다.

나도 이제 컴퓨터를 켜고 끄는 데는 엄지발가락으로 화답하니,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이 즐겁다. 오른쪽 발가락 생각을 못했으면 지금도 켜고 끌 때마다 불편했을 터이다. 어쨌든 기계와 친해지는 게 최고다. 늘 기계는 어렵다고 생각하면 늘지가 않을 뿐,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글을 쓴다고 하면서 워드 프로세서 수준은 못되고, 독수리타법으로 친 원고라는 것을 자랑으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왕이면 워드가 좋지 않은가. 컴퓨터에 들인 공력과 헤맨 시간을 생각하면 일찍 워드 프로세스를 익혀 두었을 것을 하는 때늦은 후회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지금도 손가락으로 전원 키를 켜는 것이 정확하지만, 엄지발가락에도 역할 분담을 시키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

‘컴퓨터를 끄거나 전원에서 분리하지 마십시오.’ ‘업데이트 2분의 1 설치 중’이라는 자막이 튀어 나온다. 제대로 컴퓨터를 쓰려면 컴퓨터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우리를 편하게 하는 예화 하나를 쓰고 넘어가겠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쪽애 있는 바투 동굴의 사연이다. 그 동굴이 있는 산에 한 여신이 두 아들을 데리고 살았다.

맏아들은 영특하나 게으르고, 둘째 아들은 아둔하나 매우 근면하였다.

어느 날 여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을 한 개 얻었다. 그런데 나누어서 먹으면 생명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과일이어서 문제가 생겼다.

궁리 끝에 이런 제안을 아들들에게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세 바퀴 도는 자에게 주겠다”고.

둘째 아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이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부지런히 지구를 세 바퀴 돌았다.

그리고는 어머니에게 그 과일을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둘째야, 게으른 형이 지구를 거기보다 빨리 돌았고 과일은 어제 저녁 네 형이 먹었다”하는 게 아닌가.

어머니의 말에 깜짝 놀란 둘째는 게으른 형이 지구를 빨리 돌 리가 없다고 따졌다. 어머니의 말인 즉, 형은 매일 먹고 자고 하다가 어제는 갑자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어머니입니다”라고 말하고는 어머니 주위를 세 바퀴 돌았기에 형에게 과일을 주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맞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의 그 무엇이 아름답다 한들 어머니의 내리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으랴 싶다.

그래서 어느 목사는 설교를 하면서 한분의 어머니는 열 자녀를 키울 수 있지만, 열 자녀는 한분의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한다고 했던가.

다시 우리를 편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70세를 넘으면 찾아오는 이도 없고 불편하기만한 것처럼 착각한다. 70세를 넘어 100세까지도 건강 관리만 잘 된다면 친구도 있고 편한 일도 있다.

노년이 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젊었을 때 그 대책을 만들어 두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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