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진화타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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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중국 속담에 ‘남의 집 불난 곳에서 새는 냄비 때운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라는 우리 속담과 비슷하다. 남의 집이 활활 타고 있을 때 그 화기를 이용해 자기 집 고장 난 냄비를 가져다가 구멍을 때운다는 이야기다. 남이 불행에 빠졌을 때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는 것이다.

이에 맞는 사자성어로 ‘진화타겁(趁火打劫)’이란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남의 불난 집에서 약탈한다는 뜻이다. 이를 현실에 대입하면 그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코로나19 시국에 사기 행각이 활기를 띠는 것도 ‘남의 위기는 곧 나의 기회다’라고 인식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자영업자들은 매출과 수입 부진으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듯 자금난을 겪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한숨만 쉬고 있다. 서민들은 대출 이자가 버겁기에 싼 이자라는 소리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진다.

이 틈을 대출, 구직, 보이스피싱 사기꾼들이 노리고 있다. 더욱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화된 비대면은 이들에게 남의 불행을 이용할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제주경찰청이 지난 6개월 동안 사기 범죄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총 430건에 221명을 검거했다.

제주로 온 관광객을 상대로 감귤을 싸게 구입해 주겠다며 10여 명으로부터 선금을 가로챈 이가 있는가 하면, 온라인상에 허위 판매 글을 게시해 거금을 챙긴 경우도 있다. 이런 와중에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면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말에 속아 현금 5000여만 원을 들고 김포행 항공기를 탔던 피해자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기에 걸려드는 것을 방지하려면 “왜”라고 따져 묻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한다. 누군가 고수익을 약속하면서 투자를 제안하면 ‘그렇게 좋은 투자처라면 자기가 직접 하면 되지, 왜 나에게 하라고 할까’라고 의심하라는 것이다. 높은 이자를 줄 테니 돈을 빌려달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은행도 있고, 제2금융권도 있는데, 왜 나에게 높은 이자를 주면서 빌려달라고 할까’라고 해야 한다.

▲원래 진화타겁은 병법인 ‘삼십육계(三十六計)’ 중 제5계에 오른 전략 전술이다. 적이 곤경에 처했을 때, 이를 역이용하라는 뜻이다. 오늘에 이르러 본질이 퇴색한 것이다.

세상이 하 수상하다 보니 남의 곤궁도 호시탐탐 노리는 자들이 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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