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세 번째 낙타를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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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재 수필가

뜰에 목련이 두 번이나 피고 졌다. 금방 지나가리라 여겨졌던 코로나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니 유치장에라도 갇힌 기분이다.

그나마 걸어서 세계속으로세계테마기행같은 프로가 있어 답답한 마음에 숨통이 트이게 해준다. 그날도 패키지로 다녀온 적이 있는 두바이를 거쳐 카사블랑카에서 사하라사막까지 가는 여정을 보고 있었다.

광활한 사막과 낙타와 베두인들. 순간 2년 전 그곳에서 만난 소년이 느릿느릿 내 기억 속으로 낙타를 몰고 들어왔다.

신화 속 거인 아틀라스산맥이 우뚝 솟아 있는 곳 모로코.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내려 아틀라스산맥을 따라가다가 사하라 사막의 모래밭에 도착했다.

우리는 모래바람을 막으려고 터번을 사서 코와 입을 가리고 머리에 둘렀다. 누가 누군지 모를 정도였다. 서로의 눈만 보였다. 서로 웃으며 기다리고 있는 낙타 떼 앞으로 갔다.

그곳에서 낙타를 타고 모래언덕에 올라서 사막의 석양을 감상할 참이었다.

낙타고삐를 쥐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이 들어 보였다. 그런데 그들 속에서 유독 앳된 소년이 눈에 띄었다. 소년의 밝은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속으로 저 아이가 끄는 낙타가 내 차례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수가 좋았다. 소년의 손님이 되었다.

어른들 틈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낙타를 부리는 솜씨가 노련했다. 소년과 낙타는 나는 너, 너는 나인 것처럼 숨 쉬는 것조차도 한 몸이 된 듯했다.

낙타의 넓적한 발바닥은 삶의 무게를 짊어진 생의 일부처럼 애잔했다.

낙타가 짊어진 삶의 무게 위에 내 몸의 무게를 더하는 일이 미안했다. 하지만 그들 생계에 도움이 된다면 몇 번이라도 타주고 싶었다.

모래 언덕에는 지는 노을이 사막을 지배하고. 그 장관에 압도된 나는 숨이 멎을 듯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렸다. 잠깐이지만 사막의 한가운데서 이런 광경과 마주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한참 뒤 낙타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를 태우고 왔던 낙타도 사람도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구경꾼들이 구경을 마칠 때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다만, 나를 태우고 온 소년과 낙타만이 둘이 연인처럼 스킨십을 주고받고 있었다.

목을 껴안고, 얼굴을 비비고, 입 맞추고, 입안과 혓바닥을 닦아주고 쓰다듬으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노을을 감상하는 것도 잊고 그 모습에 반해서 한참이나 지켜봤다.

낙타가 웃고 있었다. 소년도 웃고 있었다. 나도 웃었다. 미묘한 파문이 우리셋 사이로 번지고 있었다.

소년아, 너의 웃음을 사랑한다. 사하라의 노을보다 더 사랑한다.”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소년에게 묻고 있었다.

지금 행복하니?”

, 나에겐 꿈이 있으니까요,”

그 꿈이 뭔데?”

돈을 많이 벌어서 세 마리의 낙타를 사는 거예요.”

한 마리의 낙타를 세 마리로 불려서 더 많은 사람을 태우고 싶다고 했다. 불어나는 낙타 수 만큼 돈이 벌리면 가족들을 더 많이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도시보다 사막이 더 좋다고 잇몸을 활짝 드러내며 웃어 보이는 소년. 작은 가슴을 크게 열어 보이는 열다섯 살 소년. 순수 그 자체였다. 왠지 소년의 웃음 앞에서 때가 낀 나의 웃음이 빛을 잃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2. 그 소년은 지금쯤 꿈을 이루었을까?

이 지독한 코로나가 물러가고 그래서 다시 여행할 수 있게 된다면 나는 다시 사하라 사막으로 가겠다. 가서 그 소년을 만나서 그의 세 번째 낙타를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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