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답이 있다”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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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우문현답(愚問賢答)은 수준 낮은 어리석은 질문에도 현명하고 정확하게 답변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사자성어가 회식 자리에 동석하면 의미 있는 건배사로 변신한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뜻이 있어서다.

한때 기업이나 은행에선 공식 건배사로 쓰이기도 했다. 현장이나 고객과의 소통을 중시하자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선창자가 ‘우문’하고 외치면, 나머지는 ‘현답’했다.

공직사회에선 기관장 등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18번’이다. 믿을 수 없다면 조금 수고해서 검색창에 “현장에 답이 있다”를 치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제주도가 주최한 지방하천 기본계획 수립 착수 보고회에서 나온 ‘천미천’과 관련한 여러 의견을 정리하면 현장이 실종됐다는 느낌마저 든다.

한라산 백록담 동쪽 해발 1100m 돌오름에서 발원한 천미천은 서귀포시 표선면 소재 성읍민속마을을 거쳐 하천리 바다로 이어진다. 총연장이 27.5㎞로, 도내 143개 하천 가운데 가장 길다.

산지에 폭우가 쏟아지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한 빗물은 이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간다고 보면 된다. 이러다 보니 바람 잘 날 없는 가지 많은 나무처럼 크고 작은 수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07년 태풍 나리 때와 2014년 태풍 산바 때에는 농경지 침수 등으로 수 십억원의 재산 피해를 내기도 했다. 1990년 이래 근 30년간 천미천 정비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의 평가는 비난 일색이다. “하천기본계획은 제주의 하천과 전혀 맞지 않는다. 제주에 맞는 설계 기준을 만들지 않으면 10년 후에도 같은 주제로 토론하고 있을 것이다.” “토목적인 관점에서만 하천 정비를 하고, 강우 등에 대한 데이터 작업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2년 전에도 같은 주제로 토론했지만, 마찬가지다.” 섬진강이나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육지형’ 하천기본계획을 제주에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송당지구는 주변이 숲이나 목장 지대다. 이런 조사 없이 하천의 원형을 파괴하면서 공사를 하고 있다”, “구간마다 농경지인지, 주거지역인지 구분해 맞춤형으로 진행해야 한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우문현답’을 천미천에 제대로 적용했으면 이런 혹평이 나올 리 없다. 이제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까지 책상머리에서 “현장에 답이 있다”라고 되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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