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의 신’ 자청비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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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경제부장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광풍이 불어닥친 지난해 제주지역 농가당 평균 농업소득은 1209만원으로 전년 대비 20.9% 감소했다는 통계청 자료가 나왔다.

지난해 전국 농가당 평균 농업소득이 전년 대비 15.2%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제주의 암울한 농촌 실정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농업소득이 줄어든 이유는 농업총수입에 비해 농업경영비 증가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지역 농가 평균 농업총수입은 5293만원으로 전년 대비 92만원(1.8%)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평균 농업경영비는 4085만원으로 전년 대비 411만원(11.2%) 늘었다.

이에 따라 100% 농사에만 의존해 생활하는 농민들이 땀흘린 대가로 벌어들인 수익은 한 달에 고작 100만원 남짓에 불과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농사를 통해 연간 억대의 고소득을 내는 농민들도 있지만 대다수 농가들은 직장으로 따질 경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묵묵하게 땅을 갈고 있는 셈이다.

농업소득 하락은 농축산물 가격에 비해 비료비·농약비·사료비·인건비 등 제반 경비 상승 폭이 커지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2018년 평균 789만원이었던 재료비(비료·농약비)는 지난해 909만원으로 2년 만에 120만원(15.2%) 늘었다. 특히 지난해 평균 인건비는 628만원으로 2017년 대비 242만원(62.7%) 뛰었다.

보험료 등 기타 경비도 2018년 1974만원에서 지난해에는 2548만원으로 574만원(29.1%) 증가했다.

농업총수입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농업경영비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대외적인 여건도 불안한 상황이다.

가격이 좀 될 것 같다 싶은 해에는 수입산이 밀려들면서 목돈을 쥐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아이러니한 것은 농민들이 땅에서 벌어들인 농업소득보다 음식업, 도소매업 등 겸업과 임대료 등 농업외소득이 더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제주지역 농업외소득은 2039만원으로 농업소득보다 830만원 더 많았다. 공적연금, 수당, 경조수입, 사고보상금 등 비경제적 활동으로 얻은 이전소득도 1449만원으로 농업소득보다 240만원 많은 것으로 나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제주지역 농가부채는 가구당 8288만원으로 전년 대비 742만원(9.9%)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2010년 4054만원에서 10년 만에 2배 이상 뛴 것이다.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을 위해 자유무역협정(FTA) 기금을 활용한 하우스 시설 투자가 늘면서 빚이 크게 늘었다.

지금의 농촌은 도시와 다름 없이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바로 농민도 도태되는 시대다.

소득 감소, 부채 증가로 버거운 농가의 짐이 점점 무거워지는 상황에서 올해에도 ‘농사의 신’ 자청비의 후예를 발굴하는 사업이 빛을 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와 제주농협운영협의회, 제주일보는 2019년 ‘자청비 제주농촌문화상’을 제정, 매년 농업·농촌 발전에 기여한 사람(단체)을 발굴·시상해 농업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올해에는 농업경영 부문에 양혜숙 ㈜아침미소 대표, 농업기술 부문에 고순보 제주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농촌문화·복지 부문에 대정읍민속보존회가 선정됐다.

양 대표는 목장을 운영하면서 체험, 치유관광 등을 결합해 농촌융복합산업이 나가야 할 롤 모델이 됐다. 고순보 농업연구사는 농가 소득을 높이기 위해 신소득 작목 도입, 제주 토양과 기후에 알맞은 재배기술 보급에 힘쓰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농업 발전을 위해 땀흘리는 이들이 있는 한 제주농업에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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