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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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 신단수

인간 수명의 연장은 박수받아 마땅하나 새로운 숙제를 만들어냈다. 준비 없는 노후는 계획과 달리 가고 이거다 했던 확신은 혼자만의 이야기가 되어간다. 좁아진 입지는 여기저기 눈치를 봐야 하고 길 잃은 아이처럼 초조하고 불안하다. 황혼 이혼은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로 보이고 꽃보다 저금통장이라는 심각함과 마주해야 한다. 술친구 위로는 반가움보다는 동병상련 아픔에 눈물이 우선이다. 식어진 가슴에 사랑은 추억으로 변한 지 오래요, 나무가 잎을 떨구듯 정해진 순서인가 하는 상념은 지갑의 얇기와 같다.

지금 시급한 문제에서 운명이라는 나약함은 땅으로 묻어야 하며 동화에 있을법한 아름다운 시작은 아니어도 미래의 나를 상상해보자. 동전의 양면처럼 어떤 선택을 할지는 시켜서가 아닌 변해야 한다는 간절한 희망으로 성취감과 보람을 찾아내자. 성공과 실패는 주머니 속에 있고 행복과 불행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길고 어두웠던 부진에 마침표를 찍어내자.

평생 군인이었던 분은 나라를 위해 일했다는 자부심과 옳다 하는 소신에 지나친 아집으로 원망깨나 들었지만 타협하지 않는 직진형이다. 엄격한 가장이었기에 집안은 항시 긴장이요 부인과 자식으로부터 가까이할 수 없는 불편한 동거였다. 명예스러운 퇴직을 하고 한동안 여기저기 바쁘더니 점차 잊혀가는 존재가 되고 누구라는 이름은 잠시 환영이요, 계급의식은 몸에 밴 습관이고 대접받으려는 초라함은 불청객이 돼야 했다. 포수의 올가미 같은 거짓 유혹은 좋다 하는 포장에 가려 금방 친구가 되고 아차 하는 방심은 엎어진 물이요 울컥 나오는 화는 없던 병도 키워냈다. 대문 나서는 걸음이 무겁게 변하고 독수공방 홀아비 신세에 기댈 곳이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은 불신이라는 높은 담을 쌓아내고 가족 울타리는 웃음 대신 깊은 회한이 됐다. 우연한 자리에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의 사정을 듣고 중개사 시험을 권유했다. 특히 땅을 위주로 공부를 하라는 당부도 함께했다. 열심히 하는 자세는 타고 나온 성격이고 천성이라 가라앉아 있었던 희망이 다시 나왔다. 신나 보이는 표정은 훌륭한 성적표는 당연한 결과요 무용담이다. 정직과 신뢰로 잘한다 멋있다 소문은 발 없이 퍼져갔다. 할아버지 냄새난다 외면하던 손주들의 불만은 살가워진 부부애 청춘 열정이 씻긴 듯 지워냈다. 먼저 하는 배려에 감사함을 알았기에 베푸는 재미는 인생 후반전에 또 다른 즐거움 더없는 행복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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