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경찰관의 결혼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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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우리나라에선 어떤지 모르겠는데 미국에서는 경찰관이 부부싸움을 말리러 다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집에서 부부싸움을 한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그 싸움을 말리기 위해 경찰관이 출동한다는 것이다.

부부싸움을 말리는 일은 어렵고 귀찮고 인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래서 그런 일이 신참에게 배정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20대 미혼의 경찰관이 어느 노부부의 싸움 현장에 출동하게 되었다. 경찰관답게 예의와 절차를 갖추어 싸움을 말리려 했지만, 노부부는 도무지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젊은이가 인생에 대해서 뭘 알겠느냐?”하는 듯이 하던 싸움을 계속할 뿐이었다.

무기력하게 한숨 쉬던 경찰관이 무심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늙어서까지 싸울 거라면 결혼을 왜 하는지 모르겠네. 나는 절대 결혼을 하지 말아야지.” 젊은 경찰관이 답답한 마음으로 그 말을 내뱉던 순간, 열심히 싸우던 그들이 갑자기 싸움을 멈추었다. 싸움을 계속하는 일도 중요했지만 그들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가 생겨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들로 하여금 정신이 번쩍 들게 한 것이다.

싸움을 중단한 그들은 이제 경찰관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여보시오! 젊은 경찰관 양반! 우리가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싸움만 계속하면서 살아온 줄 아시는 거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소. 계속 싸우기만 했다면 이렇게 한 집에 남아 있을 리가 없지 않겠소. 사이좋게 살 때도 많았지. 그런데 그런 사실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알 리가 없지 않겠소?”

그렇게 설득하려고 애쓰는 동안에 그들은 한 팀이 되어가고 있었다. 경찰관이 설득당하려 하지 않으면 함께 화를 내면서 설득하려 들었다. 그러면서 노부부의 싸움은 일단 해결되었다. 젊은 경찰관이 “저도 생각을 바꾸어 언젠가 반드시 결혼을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하면서 상황은 종료되었다.

노부부의 싸움이 해결된 것에 대하여 젊은 경찰관의 노력이나 능력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 거라는 사실을 예감하면서 현장에 출동했을 듯하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좌절스런 푸념을 쏟아놓았을 뿐이다. “이렇게 살 거라면 결혼은 왜 하는 것인가? 나는 그런 결혼은 절대 안할 것이다.”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경찰관이 현장에서 무능력을 절감하면서 느끼는 대로 하고 싶은 말을 내뱉기만 했다. “이런 결혼을 왜 하는가?” 그랬더니 갑자기 모든 상황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싸우기만 하던 그들이 이제는 한편이 되어 경찰관을 설득하려 들었다. 설득이 잘 안되면 함께 화를 내기도 했다. 결국은 노부부가 젊은 경찰관의 결혼 문제를 해결한 듯한 상황으로 끝맺게 된 셈이다.

“이렇게 될 거라면 그런 정치를 왜 하려는 것인가?” “그런 노동운동은 도대체 왜 하려는 것인가?” 그렇게 외치는 젊은이들이 이 나라에 결코 적지 않은 듯한데…. 그런데 오래된 어두운 싸움들을 멈춰서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설득하려고 애쓰는 노인은 아직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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