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선문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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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순 수필가

올레 걷기는 이제 건강 유지 수단으로 일상의 한 축이 되었다. 참살이 시류에 맞춰 광풍처럼 번지고 있는 올레 걷기는 이제 일상의 보편적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래 걷기는 도심을 벗어나 자연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즐길 수 있다. 지역의 토속문화에도 접할 수 있어 색다른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느림의 미학은 잿빛 도시 삶에 찌든 사람들이 여유를 찾아 삶의 진가를 더해준다.

올레길은 해안선을 따라 제주를 한 바퀴 도는 20여 개의 코스가 있는데, 저마다의 특성과 독특함이 있다. 마을 안 구불구불한 돌담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바닷가에서 일부 중산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작은 기생화산 오름과 쪽빛 바다가 어우러져 있는 환상의 섬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총망라한다. 오밀조밀한 해안선과 광활한 산간 지대를 연결하면서 천혜의 신비스러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돌담길 따라 걷는 올레길에는 제주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특유한 돌담의 미학이 있다.

근래에 하천 변 울창한 숲을 따라 걷는 또 하나의 올레가 개설되었다. 태고의 신비가 간직된 오라 올레가 그곳이다. 오라 마을은 제주시 도심에서 남쪽의 산간 지대에 자리한다. 태곳적 지구가 생성될 때 화산 용암분출로 쇄설물이 흘렀던 한천 줄기가 오라 마을을 가로지른다. 제주시 보건소 남쪽 하천 본류에 가설된 고지교라는 다리에서부터 오라올레는 시작된다.

하천 변을 따라 이어지는 올레길엔 빽빽한 장송들과 많은 잡관목이 어우러져 두꺼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한여름에도 노출된 피부가 그을릴 걱정 없는 완연한 숲의 자태를 자아낸다. 하천에는 다람쥐 굴이라는 괴석과 묵직한 형상의 기암들이 이곳저곳에 자리 잡고 있다. 기암괴석 사이에는 맑은 물이 가득한 소(沼)가 군데군데 형성되어있다. 오직 대자연만이 빚어낼 수 있는 신비스러운 결정체이다. 어디 명경지수가 따로 있으랴. 영겁의 세월 엄청난 유수를 바다로 보내며 빚어낸 대자연의 절경이 아니던가. 웅장한 기암괴석이 솟아있는 하천 변 숲길은 오가는 올레꾼들의 시선을 붙든다.

올레길은 오늘의 삶에 찌든 현대인의 쉼터이고 안식처이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허황한 꿈이나 근심.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하천 변 숲길은 가끔 들리는 새소리뿐 무아지경이다. 온몸이 땀에 젖어 후줄근하지만, 내면은 속세를 떠나온 스님처럼 평온하다.

올레길은 한천 본류를 따라 5㎞ 남쪽으로 걷다 보면 종착점인 방선문(訪仙門)에 도달한다. 방선문 계곡 주변에는 영주십경(瀛洲十景)의 하나인 영구춘화(瀛丘春花)의 본류를 볼 수 있다. 하천 기암괴석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하천가 언덕에 연분홍 참꽃 무더기가 군데군데 군락을 이룬다. 경관이 빼어나 신선이 노닌다는 전설의 계곡임을 실감하기에 충분하다.

신선을 접하는 신비로움에 자연에 묻혀 시 한 수 읊으면서 풍류를 즐겼던 선인들의 발자취 완연하다. 기암괴석 여기저기 새겨진 마애명(磨崖名)이 흘러간 옛 시절 아득한 환상이 오늘에 투영된다. 기개를 지키던 옛 선비들의 유유한 자태가 시야에 아른거리는 것 같다.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대자연과 현대의 도시가 공존하는 곳. 도시 인근 하천 변을 따라 걷는 숲길 오라올레. 신이 노닐었다는 방선문을 찾아 영구춘화를 볼 수 있으니 어찌 선택받은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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