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넘어-신유빈과 니시아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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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제주국제대학교 국제교류원특임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던 탁구 경기가 있었다.

우리나라 신유빈 선수(18)와 룩셈부르크의 니시아리안 선수(59)의 개인 단식경기인데 두 선수의 나이 차가 무려 41세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만 한 경기였다.

필자는 탁구동호회에서 운동하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나름대로 두 선수를 평가하기도 하고 훌륭한 기량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소중한 경기였다.

신유빈 선수는 니시아리안에 뒤지지 않은 기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경험이 풍부한 니시아리안의 노장다운 여유와 흔들림 없는 냉정함 때문인지 2세트에서는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2017년 ‘세계탁구연맹 스웨덴 오픈경기’에서 니시아리안에게 패한 적이 있는 신유빈은 대진표가 나오기 전부터 니시아리안과 맞붙지 않기를 바랐었는데 1세트에서의 어이없는 참패 (2-11)와 심리적 압박을 깨뜨리고 일궈 낸 승리는 한 편의 역전 드라마였다.

경험이 부족하고 나이 어린 선수이다 보니 체념할 것 같은 위기의 순간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신유빈 선수에게 심리조절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유빈은 ‘낼 때 내 주더라도 끝까지 해보자’라는 주문을 여러 번 자신에게 했다고 한다.

니시아리안은 신유빈에게 승자의 자리를 넘겨주었지만, 이 경기를 통하여 신유빈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신유빈의 탁구 스승이라는 점에서 영원한 승자일 수도 있다.

니시아리안은 탁구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고 한다.

‘오늘의 나는 내일보다 젊다, 계속하여 도전하라, 즐기면서 하는 것도 잊지 말라’라는 말을 하면서 ‘승리는 일시적이지만 긍정적인 에너지와 정신은 영원히 남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녀가 59세의 나이에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오늘도, 내일도, 항상 젊다는 생각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진시황이 니시아리안의 말의 의미를 일찍이 이해했더라면 불로초를 구하려는 부질없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난다.

올림픽과 같은 큰 대회의 출전권에 탈락한 선수들 중에는 대회에 출전하려는 욕심 때문에 다른 나라로 귀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니시아리안은 룩셈부르크의 탁구코치와 결혼하면서 그 나라의 국적을 갖게 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니시아리안은 룩셈부르크로부터 올림픽 출전을 여러 번 제의 받았으나 중국 선수와의 대결에 대한 양심적 부담 때문에 거절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룩셈부르크 측의 끈질긴 제의를 받고 시드니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다섯 번째로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였다니 그녀의 탁구 실력에 앞서 착하고 강직함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어떤 이론철학자보다 훨씬 나은 실천하는 철학자라 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니시아리안과 신유빈의 경기 속에는 탁구를 통하여 세대 차를 극복하고 승패를 떠나 서로에게 위로와 축하를 보내는 탁구 세상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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