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닥 따닥 따닥 무슨 소릴까요.
고소한 냄새가 코를 진동시킨다. 참깨들의 작은 외침이다. 이들도 속앓이를 하는가 보다. 사정없이 밖으로 튀어나오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네.
오일장날 기름집 풍경이다. 장보러 오가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다. “저 참기름 떨어지는 거 잘 봐. 곤쌀밥에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밥 한 그릇은 개눈감추듯이 사라질걸” 하면서 한 마디씩 하면서 지나간다.
오월에 파종한 참깨가 장마철을 무사히 넘긴 게 참 고마운 일이다. 장마철에 흡족하게 물을 먹고 나니, 족대처럼 하늘을 찌르듯 꼬투리가 생겨 경쟁이나 하듯 화살촉이 자락자락 붙었다. 올해처럼 농사가 잘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냐 하시면서 기름을 짜고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었다.
“농사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일 보고 배워서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늘 근심과 걱정을 달고 살아서, 씨앗이 많이 나오면 솎아내고, 김매는 일은 죽밥 먹듯, 병들면 농약방에 들락날락, 비가 올 때는 얼른 거둬들여야 하는 등 밤잠 못 이루는 게 셀 수 없었단다.
때로는 농사시중을 잘못 들어서 반타작도 못한 일들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왜 이런 말이 있지 않느냐. “농사는 하늘이 반은 지어주고 반은 시중을 잘 듣는 농부가 지어주는 것이라고.” 평생을 그렇게 해온 일인데.
바통 이어받아 아마추어 농부가 된 자식은 텃밭에 농막을 설치하고 취미 붙여 농사를 짓고 있다. 콩나물 콩, 고추, 참깨, 채소 등 봄과 여름은 초록색으로 숲을 이루는 가운데, 빨갛게 익어가는 태양 고추와 함께 벗 삼아 느림의 수행길을 걸어가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데 측은했을까. 시시로 장모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농사일을 많이 벌이지 말라, 제대로 건지려고 하면 힘도 많이 들고, 걱정이 태산 같다. 욕심부리지말고, 살살해야지”하시면서 불안한 마음을 털어놓으셨다.
옛 제주사람들은 이웃의 일거리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게 아니라 자기 일처럼 걱정 하면서 살아왔다.
길가에 세워놓은 참깨 더미를 보면서, “비가 왐직이 하늘이 거멍해 오는디, 정내부러도 될건가이(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까메 오는데 저렇게 내버려도 될 것인가).”
돈벌이로 텃밭 가꾸기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자급자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취미에 따른 보답을 조금 얻을 수 있을까. 그래도 마음 쓴 만큼 고맙게 잘 자라줄 때, 하루하루가 색깔이 다르게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끈끈하게 정들었다.
오늘도 여명이면 농막으로 출근하며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 하루를 무위로 지내면 그날은 먹지도 않는다는 백장 회화 선승이 남긴 말을 소환하며, 나눔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