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한 방울 땀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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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따닥 따닥 따닥 무슨 소릴까요.

고소한 냄새가 코를 진동시킨다. 참깨들의 작은 외침이다. 이들도 속앓이를 하는가 보다. 사정없이 밖으로 튀어나오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네.

오일장날 기름집 풍경이다. 장보러 오가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다. “저 참기름 떨어지는 거 잘 봐. 곤쌀밥에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밥 한 그릇은 개눈감추듯이 사라질걸하면서 한 마디씩 하면서 지나간다.

오월에 파종한 참깨가 장마철을 무사히 넘긴 게 참 고마운 일이다. 장마철에 흡족하게 물을 먹고 나니, 족대처럼 하늘을 찌르듯 꼬투리가 생겨 경쟁이나 하듯 화살촉이 자락자락 붙었다. 올해처럼 농사가 잘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냐 하시면서 기름을 짜고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었다.

농사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일 보고 배워서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늘 근심과 걱정을 달고 살아서, 씨앗이 많이 나오면 솎아내고, 김매는 일은 죽밥 먹듯, 병들면 농약방에 들락날락, 비가 올 때는 얼른 거둬들여야 하는 등 밤잠 못 이루는 게 셀 수 없었단다.

때로는 농사시중을 잘못 들어서 반타작도 못한 일들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왜 이런 말이 있지 않느냐. “농사는 하늘이 반은 지어주고 반은 시중을 잘 듣는 농부가 지어주는 것이라고.” 평생을 그렇게 해온 일인데.

바통 이어받아 아마추어 농부가 된 자식은 텃밭에 농막을 설치하고 취미 붙여 농사를 짓고 있다. 콩나물 콩, 고추, 참깨, 채소 등 봄과 여름은 초록색으로 숲을 이루는 가운데, 빨갛게 익어가는 태양 고추와 함께 벗 삼아 느림의 수행길을 걸어가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데 측은했을까. 시시로 장모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농사일을 많이 벌이지 말라, 제대로 건지려고 하면 힘도 많이 들고, 걱정이 태산 같다. 욕심부리지말고, 살살해야지하시면서 불안한 마음을 털어놓으셨다.

옛 제주사람들은 이웃의 일거리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게 아니라 자기 일처럼 걱정 하면서 살아왔다.

길가에 세워놓은 참깨 더미를 보면서, “비가 왐직이 하늘이 거멍해 오는디, 정내부러도 될건가이(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까메 오는데 저렇게 내버려도 될 것인가).”

돈벌이로 텃밭 가꾸기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자급자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취미에 따른 보답을 조금 얻을 수 있을까. 그래도 마음 쓴 만큼 고맙게 잘 자라줄 때, 하루하루가 색깔이 다르게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끈끈하게 정들었다.

오늘도 여명이면 농막으로 출근하며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 하루를 무위로 지내면 그날은 먹지도 않는다는 백장 회화 선승이 남긴 말을 소환하며, 나눔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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