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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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수필가·시인

대권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은 경선 준비로 부산하다. 날 선 정책 공방보다는 상대의 흠을 잡기 위해 없는 일도 만들어 가는 느낌이다. 거짓이 난무하면서 진흙탕 싸움이 꼴불견이다.

코로나19로 너나없이 어려운 시기다.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해야 하건만 더 가지려는 욕심도 곳곳에서 넘쳐난다. 국제사회, 나라의 곳간, 남북문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주변국과의 분쟁들도 가슴 졸이게 한다.

5년 전, 아내는 농촌교육농장을 지정받아 전통음식에 관련한 교육을 해 왔다. 나는 교육농장에서 사용하는 농산물을 경작하는 영농법인을 운영한다. 바이러스가 막아선 날부터 99% 손 놓고 있다. 수익은 없고 관리비만 들어가니 하늘을 바라보며 허탈한 가슴을 달랠 뿐 달리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간 재난지원금이라며 받은 금액은 다 합쳐 200만 원이다. 금지된 교육으로 수천만 원 올리던 수익이 사라져 형평에 맞게 지원해 달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소상공인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들었던 전화기를 맥없이 내려놓곤 했다.

사람은 먹어야 산다. 농업은 생명 산업이다. 각종 농산물 생산량을 통계 내고 모자란 것은 수입 하거나 그 작물을 경작하라 장려해야 한다. 과잉 생산될 것 같은 작목은 농민에게 미리 알려 생산을 줄이게 하는 조사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조사에 거짓이 있거나 조작이 있으면 통계는 헛일만이 아니라 수입, 수출, 생산, 직업의 이동, 나라 살림의 계획 등 모든 게 어긋나게 돼 있다.

며칠 전이다. OO기관에서 의뢰받은 조사원이라며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코로나19로 교육을 할 수 없고 그에 따른 농산물도 생산은 했으나 보관 중이라 수익이 전무하다고 대답했다. 조사원과 나의 이어진 대화는 이렇다.

“전혀 수익이 없다고 하면 의뢰한 기관에서 사실 확인 전화가 갈 것이므로, 어느 정도 수익이 있는 것으로 올리는 게 좋겠습니다.”

“그럼 없는 수익을 거짓으로 올리자는 말인가요? 난 그럴 수 없으니 그러고 싶거든 당신이 알아서 적어 넣든지 하시오. 당신들이 조사하는 게 이런 엉터리였나요?”

“그런 게 아니라 조금은 있다고 하는 게 좋은 것 같으니, 그렇게 해 주세요.”

조사기관에서 시킨 것인지, 조사원 개인 생각으로 그런 건지 모르지만 물러서질 않았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분을 삭여야 했다. 친구 K는 작년에 무를 많이 심었다. 도매가로 1억 원 정도 된다 했다. 과잉 생산으로 단 한 개도 팔아보지 못하고 갈아엎었다. 잘못된 통계 조사의 결과로 막대한 피해를 키운 건 아닐까.

대권 지지도 여론 조사는 조사기관마다 왜 그리 많은 차이를 보이는가, 이곳은 A가 1위, 저곳은 B가 1위이니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 조사기관의 편향된 조사라면 하나마나 아닌가.

컴퓨터 시대다. 공무원도 많이 증원되었다. 그런데도 과잉 생산과 엉터리 통계가 예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 농부에겐 날씨가 매우 중요하다. 농약 살포나 거둬들인 농산물을 말리는 데 햇볕보다 좋은 게 없다. 날씨 예보는 믿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기대거나 외국 기상청 예보를 참고하고 있다.

조작된 거짓들이 국민의 눈에 빤히 보이건만 멈출 줄 모르니 국민은 가슴이 답답하다. 거기다 더해 바이러스가 변이하며 불안을 더 키우는 요즘이다. 인간을 흔들어 놓는 그 기세가 거짓말처럼 무섭다.

거짓은 거짓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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