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삶의 터전이자 사후 영혼의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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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로(널개)오름(제주시 한경면)
초입에 있는 정자를 지나 가시덤불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덧 정상에 도착한다. 사진은 판포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차귀도 풍경.
초입에 있는 정자를 지나 가시덤불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덧 정상에 도착한다. 사진은 판포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차귀도 풍경.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에 서있는 판포오름(널개오름).

판포(板浦)의 옛 이름은 널개다. 해안가에 포구가 있고, 주변 토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고 해서 널개라는 이름과 함께 한자어로 판포(板浦)라는 지명을 갖게 됐다.

이 오름이 판포리에 있으니 오름의 이름은 지명을 따라 판포오름, 또는 널개오름이라고 불린다.

표고 93.2m, 비고 58m로 그리 높지 않으며 동쪽으로 굼부리가 벌어진 말굽형 오름이다.

일주서로를 가다 판포리 지경에서 판조로(판포-조수)를 따라 남쪽으로 얼마간 진행하면 오름의 산체가 나타난다. 널개라는 오름의 이름처럼 넓은 농경지 한가운데 우뚝 서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오름의 모양이 소가 드러누워 있는 형태로 주봉(主峰)은 고지오름, 부봉(副峰)은 불오름으로 불리고 있다.

어떤 물체의 모양새를 표현할 때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위성사진으로 판포오름을 보면 소가 누워 있는 모습으로도 보이지만 잔뜩 웅크려 있는 굼벵이 모습과도 흡사하다.

조선시대 때 판포망(板浦望·널개망)이라는 봉수대가 있었는데, 이 봉수대는 제주목의 서쪽 끝에 있는 봉수대로 당시 대정현의 차귀봉(지금의 당산봉)에 있는 차귀망과 교신했었고, 이로 인해 망오름으로도 불린다.

판포오름 정상에 있는 산불감시초소.
판포오름 정상에 있는 산불감시초소.

이처럼 봉수대가 있어 지금도 망오름으로 불리는 오름이 있는데 인근 한림의 느지리오름의 경우 ‘느리지’라는 이름보다 망오름으로 더 알려져 있고, 표선면의 토산봉 역시 봉수대가 있어 망오름으로도 불린다.

오름 안내판 주위에 주차한 후 오름 입구에 세워진 정자를 초입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자 우측으로 길 흔적이 보이기는 하지만 워낙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 가시덤불이다.

좌측 방향 오름 허리에 난 농로를 따라 가다 적당한 곳에서 정상을 향해 우측으로 진행했다.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오른 후 출발지점을 향해 직진해 20여 분만에 원점 회귀.

주변과 연계할 오름도 없고, 널개오름 자체가 탐방으로서의 묘미나 운동 목적으로서도 큰 특성이 없어 오르미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어서 탐방로 역시 볼품없다. 다만 사통팔달의 조망으로 정상에 산불감시초소가 설치돼 있고, 정상에서 보는 당산봉과 차귀군도의 장관은 일품이다.

마을 인근의 모든 오름들이 그렇듯 널개오름 역시 산체 대부분이 공동묘지다. 오름 주변은 물론 주봉과 부봉사이 깊숙한 굼부리에도 농경지가 조성돼 있어 인근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그리고 생을 마감한 후에는 널개오름 산자락에 묻히고 있는데, 이렇듯 널개오름은 사후세계의 안식처다,

제주사람들은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에 기대어 살고, 오름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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