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다같이 모여서 벌초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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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부국장

벌초(伐草). 음력 8월 추석 이전에 조상의 묘에 자란 잡초를 베고, 묘 주위를 정리하는 풍속으로 주로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추석 이전에 행해진다.

벌초는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미풍양속으로 현지에 살고 있는 자손들은 물론, 외지에 나간 후손들이 찾아와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한다.

일부지역에서는 금초(禁草)라고도 한다.

제주에서는 보통 음력 8월이 되면 일가친족들이 모여 벌초를 하는데, ‘소분(掃墳)’이라 하기도 한다.

평소 제사 명절에도 얼굴을 볼 수 없는, 평소 왕래가 거의 없는 먼 친척은 물론 타지방에서 거주하는 친척들도 벌초 때는 한자리에 모인다.

벌초는 집안마다 다르겠지만 대게 두 가지로 나뉘어 진행된다. 가까운 친척끼리 모여서 하는 ‘가족벌초’와 평소 왕래가 없는 먼 친척들까지 모두 모여 행해지는 ‘모둠벌초’.

제주는 벌초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다.

제주에서는 “추석 전이 소분 안하문 자왈 썽 멩질 먹으레 온다”라는 속담이 있다. 추석 전에 벌초를 하지 않으면 조상이 덤불(자왈)을 쓰고(썽), 추석 명절 차례상에 찾아온다는 말이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추석 명절 전에 반드시 벌초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표연하고 있다.

이외에도 ‘멩질에는 안와도 벌초에는 와야 한다’, ‘식게(제사) 안한 티는 안나도, 벌초 안한 티는 난다’ 는 등의 옛말이 있을 정도다.

오래전부터 제주사람들은 추석이나 설 등 명절보다, 그리고 제사보다 벌초를 더 중요시 여겼다.

먼 친족들이 모이는 모둠벌초의 경우 수 십명이 모이기도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제주에서 학원과 노래연습장, 대형마트 등을 통한 집단감염에 전파력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만에 64명이 발생하는 등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세를 보였다.

이에 정부와 제주도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라는 초강수를 내놨다, 식당과 카페 등에서는 오후 10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것조차도 오후 9시로 한 시간 단축했다. 사적모임은 오후 6시까지는 4인, 오후 6시 이후에는 두 명만 만나도록 했다.

이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는 두 차례의 연장하며 오는 12일까지 운영된다.

하지만 음력 8월 초하루(9월 7일)를 전후로 한 벌초철이 다가오자 “4명만 모여서 어떻게 벌초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에 제주도는 벌초철 한시적 특별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8월 2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벌초 모임에 한해 가족벌초는 4명까지, 모둠벌초는 8명까지 완화했다.

여기에 음식물 금지, 벌초 후 뒷풀이 금지와 타지방 거주민은 가급적 방문 자제를 당부했다.

벌초 후 차례 음식으로 오랜만에 만난 친족들과 뒷풀이를 못해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너나없이 모두 피곤하고 지쳐있다. 여러사람이 모이는 벌초철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최근 수그러드는 제주지역 코로나가 다시 불붙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얼마 없으면 민족 대이동이 행해지는 추석이다. 추석 역시 코로나 재확산의 불씨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방역 피로감이 커지는 요즘 더욱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로 암울한 코로나 장벽이 하루 빨리 걷어 내야 한다.

내년에는 모두 함께 모여 벌초하고, 추석 명절에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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