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체계 개편 4년,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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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

‘텅 빈 버스’ vs ‘만원 버스’. 필자가 버스를 탈 때면 보이는 풍경이다. 버스 이용객이 적정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노선이나 시간대에 따라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대중교통체계 전면 개편 이후 4년이 흐른 지금 도민사회의 엇갈린 평가와도 연동되는 모습이다.

2017년 8월 ‘대중교통체계 개편 출정식’. 당시 제주도는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대중교통으로 세계 속의 보물섬 제주를 이끌어갈 핵심 사회 인프라이자 도민을 위한 복지정책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강조했다. 교통 체증과 주차난 해결, 승용차 이용자의 대중교통 흡수를 위한 생산적 투자가 큰 이유였다.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됐고, 320대 증차됐다. 노선은 간선·지선·급행·관광지순환버스체제로 전환됐다. 요금은 급행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1200원으로 통일하면서 추가 부담 없이 두 차례 환승도 가능해졌다. 이를 위해 적자 경영이 불가피한 민간 업체에 해마다 1000억원 안팎의 세금을 지출했다.

그만큼 길 거리에 버스가 늘어남에 따라 그 전보다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투자한 만큼 제대로 된 효과를 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도정을 감시하는 도의회나 언론으로부터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버스 이용객은 2017년 5638만1344명, 2018년 6245만2899명, 2019년 6484만5997명, 지난해 5037만3846명이다. 버스 무료 환승 도입 등을 고려하면 개편 후 증가 폭이 미미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되레 감소했다. 올해도 2019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실제로 도내에서 운행되는 자동차는 지난해 39만4649대로 집계, 전년보다 7017대 증가했다. 승용차만도 26만4436대로 6538대 늘었다.

그만큼 교통수단에서 버스 분담률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셈이다. 승용차 대신 버스로 유도하려던 정책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 버스분담률은 여전히 전국 최하위 수준이고, 운송원가 대비 수입금도 타 지자체보다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3년간 무정차, 경로 이탈, 운행시간 미준수, 불친절 등 버스 관련 민원은 1502건이나 접수됐다.

버스 업계의 도덕적 해이도 도마에 올라 민간 업체 특혜 지원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제주도가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보여주기 급급해 무리하게 추진했던 탓이다. 버스 업계 손실 보전 규모도 당초 용역 팀에서 제시한 것보다 버스 증차, 요금 할인 확대 등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때맞춰 제주도가 버스 준공영제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용역을 추진, 관심을 끌고 있다. 노선 체계 개편, 버스 요금 인상 등이 검토 과제이다.

4년 전 한 공무원이 1년에 1000억원, 10년간 1조원을 투입하면 다른 분야 예산을 편성하는데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를 토로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제주의 재정 여건을 고려해 적정한 투자 규모인지 진단하고 지출 최소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적자 누적을 알면서도 최저가로 맞췄던 버스 요금 인상을 저울질하는 것은 상수도 요금을 올렸던 전철을 밟는 것과 마찬가지다.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의 성과를 보이기 위해 4개 시·군별로 다르게 부과되던 상수도 요금을 최저가로 단일화한 후 몇 년이 지나자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던 전례가 있다.

이제 제주도는 도민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과거와 현재의 문제들을 털어놓고 미래를 향해 공감을 모으는 지혜를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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