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연분홍빛 유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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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애월문학회장

지난 8월 초 제주공항 뒤편으로 도두 해안도로를 지나갈 때입니다. 유도화가 꽃 터널을 이뤄 장관을 연출합니다. 이맘때면 제주 곳곳에 연분홍빛 유도화가 활짝 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유도화 향기가 내 코를 찌릅니다. 작년보다도 더 빨갛게 보이는 것이 매혹적으로 다가옵니다. 유도화는 화려한 아름다움에 향기마저 곁들어 있어 유혹당하기 쉬운 꽃이기도 합니다.

유도화는 중국과 제주에서는 협죽도(夾竹桃)라고 부릅니다. 유도화는 자이언트와 달리 풀꽃이 아니라 복숭아처럼 다년생 나무에 속하며 붉은 꽃이나 잎이 복숭아나무를 닮아서 ‘협죽도’라고도 불립니다.

사전에는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페르시아에 걸쳐 분포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원산지가 북미지역과 동·서남아시아이며 상록활엽관목으로 내한성이 약해 주로 제주도와 같은 남부지방에 잘 서식합니다.

대기 오염에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아무 곳에서든 잘 자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유도화는 용담목 협죽도과 늘푸른떨기나무로 높이는 3m 이상 자랍니다. 열대나 온난한 지역에서 정원수나 공원수로서 많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잎은 3개씩 돌려나며, 좁고 긴 타원형 또는 방추형으로 두껍고 가장자리는 밋밋한 것이 특징입니다.

꽃은 7∼8월에 새 가지 끝에 취산꽃차례로 달리고, 꽃의 색은 보통 붉은색이지만 흰색인 것도 있습니다. 꽃이 여러 겹인 것은 만첩협죽도, 꽃색이 엷은 노란 색인 것은 노랑협죽도, 흰색인 것은 흰협죽도라고 하며 겹꽃인 협죽도도 있습니다.

이런 유도화가 제주 마을 곳곳에 심어져 있었는데 이제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에 있습니다. ‘유도화’에는 뿌리와 잎, 줄기에 청산가리의 6000배에 달하는 ‘네리안틴’이라는 독성이 있어 인체에 접촉되면 현기증, 심장마비, 구토, 설사 등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심하면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기도 합니다. 꽃말도 ‘위험’이니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것이 이 유도화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학교 울타리가 온통 유도화로 덮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협죽도로 울타리 우리 OO는~”하며 교가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유도화 잎이 떨어지면 그것을 줍는 게 하루 일이였습니다.

이제는 초등학교에 가도 유도화를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독성이 있어 잘라낸 것이 분명합니다. 유도화의 독성을 없애는 데에는 활성탄이 좋다고 합니다. 즉 숯을 이용해 독을 없애는 것입니다. 숯이 장에 들어가면 유해한 배당체(glycosides)와 결합해 이들이 체외로 배출되기 쉽게 만듭니다. 유도화 중독을 일으키는 독소를 체외로 배출해 중독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디곡신(digoxin)이나 디기톡신(digitoxin)처럼 서구 국가에서 널리 사용되는 심장약들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약물 중독도 숯을 이용해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요새 육지부에서는 유도화를 개량해 화분에 심는 가정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고 꽃의 색깔도 다양한 유도화의 특성을 이용해 독성을 없애고 개량한 것이지요.

오늘은 꽃집에 들러 작은 유도화 화분이 있나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꽃집에 유도화를 개량한 것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있다면 몇 개 사와 창가에 놓고 오래도록 감상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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