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년 전 가동된 천연 원자로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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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前 제주대 자연과학대학장

자연에 의한 천연 원자로는 20억년 전에 탄생했으며, 50만년 동안 안전하게 운행됐다. 이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은 자연스럽게 매립됐고 방사능 오염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것은 1972년에 발견된 것으로 아프리카 가봉공화국 오클로의 우라늄 광산이 대형 천연 원자로로 작동됐던 것이다.

인간이 만든 최초의 원자로는 약 80년 전쯤인 1942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건설됐다. 원자로를 건설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고순도의 제어봉과 중성자 감속제, 그리고 많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핵분열이 가능한 임계질량의 연료를 모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0.72% 정도의 U(우라늄)-235를 약 3%로 농축시켜야 한다. 천연 우라늄의 약 99.27%U-238로서 자연계에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고, U-235는 미량 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얻는 것은 힘든 과정이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가봉 오클로 광산의 우라늄 광석 시료에 대한 화학분석 결과에 의하면 비정상적으로 낮은 양의 U-235를 포함하고 있었다. 우라늄 광석에는 보통 핵분열이 가능한 U-235 동위원소가 0.72% 정도 함유돼 있지만, 오클로 광산의 일부에는 약 0.44% 내포됐다.

또한 이 광석에는 Nd-142Ru-99 같은 다른 동위원소도 정상적인 수치보다 매우 낮게 함유돼 있었다. 이러한 모든 차이점은 현대적인 원자로로부터 나오는 핵폐기물에서 발견되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약 20억년 전에 이 광산에서 자발적이고 자동적으로 계속 진행되는 연쇄 핵반응이 일어난 것으로 결론지었다.

오클로 원자로에서 지하수가 U-235의 핵분열에서 방출되는 중성자를 느리게 하는 감속제 역할을 했다. 그래서 비정상적으로 축적된 우라늄이 연쇄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지만 연쇄반응이 시작되자마자 발생한 열이 지하수를 끓여 증발시킴으로써 반응이 중단되고 원자로는 냉각될 때까지 정지된다. 지하수가 다시 공급되어 연쇄반응이 재차 시작된다.

이 근처 암석의 동위원소 측정 결과는 광석의 U-235 농도가 연쇄반응을 지속하지 못할 정도로 낮아지기 전까지 이 원자로는 수십만 년 동안 23시간씩 가동과 중단을 반복했을 것이다. 최대 2tU-235가 핵분열을 했다.

오늘날에도 다른 천연 원자로가 형성될 수 있을까? 20억년 전 오클로 원자로가 작동됐을 때 천연적으로 산출된 우라늄 중 핵분열이 가능한 U-235 동위원소의 양이 현재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은 약 3%이었다.

그러나 지난 수십억 년에 걸친 핵붕괴에 의해 오늘날 U-235의 존재비는 겨우 0.7% 수준이므로 핵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농축 과정을 거쳐야 한다. U-235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U의 방사성 동위원소로서 이의 반감기는 7380만년이며, 양성자 92개 중성자 143개로 구성돼 있다.

지구가 형성된 초창기, 45억년 전에는 U-235의 비율이 20%을 넘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현재 약 0.7%U-235 수준에서는 더 이상 자발적으로 계속 진행되는 연쇄반응이 불가능하므로, 천연 원자로가 가동될 수 있는 조건은 더 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순간에 자연은 인간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까?

핵 시대의 가장 큰 도전인 기존의 원전이 생산한 모든 고준위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큰 과제로 남아 있다. 가장 선호하는 방안은 심층 땅속 저장이다. 오클로의 우라늄 광산의 핵폐기물은 자연스럽게 매립됐고 방사능 오염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를 세계는 주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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