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6주년 특집] ‘무조건 여자는 안된다’…낡은 인식부터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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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한 마을 만들기-(1)제주여성의 현 주소
노동자·돌봄·마을 대소사까지
마을에서 고정적 성역할 강요
의사결정·규약 결정에선 배제
일상적 남성우월 풍습도 문제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여민회는 ‘제주여성 100인 원탁회의’를 통해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 의제를 이끌어 냈다. 2018년부터 제주도와 제주여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제주도연합은 공동으로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주민의 한 사람으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하는 성평등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성평등 마을 조성 사업이 시작돼 진행 중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여민회는 ‘제주여성 100인 원탁회의’를 통해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 의제를 이끌어 냈다. 2018년부터 제주도와 제주여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제주도연합은 공동으로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주민의 한 사람으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하는 성평등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성평등 마을 조성 사업이 시작돼 진행 중이다.

도내 마을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얼마나 반영될까. 여성들은 밭일을 도맡아 하면서 가정 내 돌봄을 책임지는 동시에 농촌의 대소사까지 챙겨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짐에도 마을의 주요 결정을 내릴 때 권리를 행사하기는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최근 마을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여성들의 고정적인 역할은 던져버리고, 의사 결정에 있어 한표를 행사하기 위한 성평등 마을이 조성되고 있다. 본지는 창간 76주년을 맞아 제주가 성평등한 마을로 변화하는 모습을 짚어본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제주여성의 현 주소 성평등한 마을로 변화하는 지역들 앞으로의 과제. 편집자주

성평등 마을 조성 이유

농촌과 도시 여성 노동자의 삶은 조금 다르다. 농촌 여성들은 밭을 일궈야 하는 노동자이자 가정에서 돌봄을 책임지는 어머니이다. 여기에 마을의 대소사까지 챙겨야 한다.

마을에서는 포제나 축제·행사가 있을 때마다 여성들이 음식 장만을 도맡아 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여성들의 고정적인 성역할이 강요되고 있지만 마을 내 의사결정 참여는 매우 제한적이다. 마을을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규약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여성의 참여가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는 2017년 제주여민회와 공동으로 제주여성 100인 원탁회의를 통해 성평등 의제를 발굴했다.

여성친화도시로 내딛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여성들이 스스로 도출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론 결과 여성 참여자 107명 중 40%가 일상화 된 남성우월 풍습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여성 문제가 정치적 의제에서 뒤처진다는 의견도 전체의 22%나 됐다.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으로는 여성 연대와 여성 정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60%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여성문제를 공론화하고 여성리더를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우세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을 내 성차별적 요소 중 마을규약, 경제 활동과 가부장적 규범을 강요받던 제주 여성들의 이중고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을 단위 공동체에서 여성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됐다.

이에 마을 단위의 의사결정 구조를 뿌리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제주여민회가 2019년 성평등 마을 조성을 위한 사업 기획 회의와 사업추진단을 운영하는 모습.

실제 마을을 들여다보니

제주도와 제주여민회는 마을 속 여성의 고정적인 성 역할과 의사 결정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2018년 제주시 애월읍 소재 12개 리()와 조천읍 소재 8개 리()를 조사했다.

20개 리 37(부녀회장, 사무장 중심)을 대상으로 마을의 의사결정 구조와 권한의 형태 마을 의사결정 구조에서 여성의 위치와 실태 마을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역할 마을 여성리더의 현황과 권한, 영향력 대안과 변화에 대한 의견 등을 심층적으로 묻고 의견을 수합했다.

조사 결과 여성들은 본인들의 역할을 뒤에서 음식하기’, ‘부녀회 없으면 일 안돌아감’, ‘몸노동 양대 산맥’, ‘무한일꾼등으로 정의했다.

마을 의사 결정에서 11표가 아닌 1가구 1표만 행사할 수 있었고 여성들은 음식을 장만하느라 마을총회에 참여하기도 어려웠다.

개발위원회는 남성 이장이 본인이 편한 사람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꾸려 비공식적인 논의를 진행해 여성들의 참여가 대부분 제한됐다.

여성들이 이장을 하겠다고 나서도 다음번에 참가하라’, ‘무조건 여자는 안된다는 인식이 강했고 남성의 지지율도 매우 낮았다.

마을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음식 대접은 당연히 여자가 해야한다는 인식과 남자부터 챙기는 여성 노인의 관습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성평등마을규약 표준안 마련, 개발위원회 성별 균형 구성(여성할당 40%), 마을선거 11표제로 개선, 마을 부녀회 독립공간 확보, 성역할 구분 해체와 성평등 교육 강화 등의 정책 결과가 도출됐다.

이후 2018년도부터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주민의 한 사람으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제주도와 제주여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제주도연합이 공동으로 함께하는 성평등 정책을 펼치고 있다.


남여 동등한 참여 기회 보장돼야

강순희 여성농민회 정책위원장

공동체 위해 성평등 마을 필요

28년 넘게 제주시 김녕리에서 밭을 일구며 누구보다 여성 농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강순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제주도연합 정책위원장(사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성평등 마을 만들기 사업에도 앞장서 활동하고 있다.

여성위원장으로서 성평등 마을을 정의 내리자면

성평등 마을 사업 추진을 위해 여러 마을들을 돌아보면 우리 마을은 많이 바뀌었다’, ‘여성들의 발언 기회가 있고 마을이 많이 평등해졌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마을에서 여성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나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

여성들의 발언 기회가 제약되다 보니 남성들 보다는 주도적이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남성과 균등하게 지위를 갖는 것이 성평등한 마을이라고 생각한다.

성평등마을 조성은 어떻게 이뤄지나?

마을 이장, 개발위원장, 부녀회장 등을 아름아름 찾아다니면서 성평등마을 지정과 마을규약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성평등강의, 영화보기, 마을규약 검토 등의 시간을 가진 뒤 마을총회를 개최해 마을 규약까지 변경하는 작업을 한다.

공식적인 프로그램은 6번 진행하지만 10번 넘게 찾아가서 마을을 설득한다. 사실 누구나 성평등마을 지정과 규약 변경이 좋다는건 알지만 번거로움 등으로 꺼려하는 부분도 있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더욱 접근하기가 어렵다. 올해 5개 마을을 지정하려고 했지만 2개 마을 밖에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성평등 마을 조성 사업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는?

성평등 마을 조성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이 많지만 마을 남성 리더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머리를 맞대고 서로 고민하고 협력했던 과정이 가장 의미가 있었다. 성평등 마을이 많이 만들어지면 많은 여성 농민들이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갖고 주도적인 삶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든다.

특히 공동체 안에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성평등 마을 조성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

행정에서도 세밀하게 들여다 보고, 보다 많은 프로그램이나 소모임 등을 통해 여성 농민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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