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사회상, 예의염치 속에 백신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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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호, 21C제주유교문화발전연구원장/수필가

예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예절과 도리를 말하며 염치란 체통을 지키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남을 대할 때는 예를 다하고 잘못을 저질렀으면 자책감을 가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정치, 사상가인 관자(管子)는 나라를 다스리고 인간세계를 지탱하는 데 불가결의 사유(四維: 예의염치·근본·밧줄)가 있다고 했다. 그 첫 번째 밧줄이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예: 禮), 두 번째 밧줄이 끊어지면 나라가 위험에 빠지고 (의: 義), 세 번째 밧줄이 끊어지면 나라의 근간이 뒤집히고 (염: 廉), 네 번째 밧줄이 끊어지면 나라가 망한다(치: 恥)고 했다.

그러므로 예의염치란 국가를 유지하는데 불가결의 네 가지 수칙이며 전통윤리의 실천 덕목 중 첫째로 꼽힌다. 따라서 관자는 우리의 인격 속에 사유가 없다면 아무리 서슬이 시퍼런 법이 있어도 ‘짐승세계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자고로 유가(儒家)에서는 법 이전에 덕치(德治)를 우선했다. 예(禮)로 다스리는 것을 말함이다. 무례(無禮)한 사람을 ‘버릇없다’라고 하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예절은 우리가 약속해 놓은 생활방식이며 불문율이다. ‘그런 법이 어디 있어’, ‘그것도 죄가 되나’라는 말은 바로 이런 데서 유래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법치(法治)는 죄에 대한 응분의 형벌이 따르므로 두렵기 마련이지만 덕치는 자기 잘못을 양심에 맡기기 때문에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하지만 범죄자가 잘못을 숨기고 거짓을 꾸며 간혹 형벌을 면할지라도 일생동안 마음의 전과자로 살아야만 한다. 외려 형벌을 받는 것보다 괴로울 수도 있다. 또한 수사기법이 시나브로 발달됨에 따라 죄상(罪狀)이 드러나 혹독한 죄의 대가를 치르는 경우도 종종 보고 있지 않는가.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 화마 속에 뛰어들어 한생명이라도 구하려는 헌신적인 소방직공무원의 인간애가 있다. 또한 전동차가 달려오는 지하철에 뛰어내려 인명을 건져 올리고 자신은 희생당하는 정의로운 사람이 간간이 있기에 사유가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몇 해 전, 대법원장 출신 모 변호사의 연봉이 6억 원, 또 어느 여검사의 벤츠승용차 뇌물사건으로 떠들썩했던 때가 있었다. 파렴치의 본보기다.

명심보감 안분 편에 지족자빈천역락(知足者貧賤亦樂)이요 부지족자부귀역우(不知足者富貴亦憂)라는 말이 있다. 적게 가지고 있어도 만족할 줄 알면 즐겁고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아도 흡족할 줄 모르면 근심만 쌓인다는 의미다.

각종 비리나 사기, 패륜의 양상은 날이 갈수록 넘치고 있다. 인륜과 천륜까지 저버리는 포악무도한 인간들이 섞여 사는 세태니까. 미성년인 두 딸을 상습 성폭행하고 낙태까지 시킨 인면수심 40대, 토막 살인까지! 아연실색이다.

윤리 도덕을 부활시키는 게 시급하다. 엄중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인간 본연의 덕치와 법치를 조화시켜 인의(仁義)를 덧칠하는 것은 금상첨화다. 우리고유의 전통과 풍습이 삶의 근간이 아닌가. 빗나간 사회상, 예의염치 속에 치료 백신이 깔려 있으니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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