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높은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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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신단수

사주란 사람이 어떤 시기에 태어났느냐를 기본으로 한다. 장차 어떤 인물이 될 것이고 성격은 물론 심지어 수명까지도 예측해낸다.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출세나 명예 등을 노력 여하에 상관없이 기록한 지침서이다. 이거라는 정답으로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으나 고개 끄덕이는 감동을 주기도 한다. 노력 여하에 따라 그 수준의 차이가 있고 나름 전문가라고 솜씨 자랑을 할 수도 있지만 경험이 아닌 책에 있는 내용을 해석하고 전달한다는 한계는 맞다 하는 확신보다는 그럴 수 있다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굳이 점수로 따진다면 조금은 야박하고 부끄럽지 않다는 정도이다. 이 모든 것에 앞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고 지금의 내가 훗날 자식의 모습이며 부모의 그림자는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항시 근접 거리에 있다. 이는 불변이고 정해진 운명이라 한다.

깊은 한숨으로 찾아오신 분은 선해 보이는 이미지는 껍데기요 속으로는 차갑고 냉정하다. 아들 문제인데 어릴 적에 수재 소리를 들었단다. 이제 곧 불혹인데 아직도 공부만 한단다. 고시는 십 년만에 포기하고 유사한 시험에 응시했으나 번번이 실패란다. 결혼하고 안정되면 나아지지 않을까 권유를 해도 뭔가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생각조차 안 한다고 하니 여간 속상한 게 아니란다.

이분은 타고 나온 직업이 한의사인데 시간 낭비를 했다고 한마디 던지니 이내 어찌 알았냐 방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능을 준비하고 있고 이번에는 한의대를 목표로 한단다. 마지막이고 본인도 간절함을 넘어 비장한 각오로 준비하고 있단다.

시댁하고 사이가 어떠냐 하니 시부모님들은 돌아가시고 형님과 누님이 계신데 유산 문제로 크게 다투고 남남으로 지낸단다. 제사는 어찌 모시냐 하니 모른단다. 집안끼리 왕래도 없고 그냥 거추장스럽단다. 그래도 기일에는 참석하는 게 예의이고 도리라 하니 대뜸 자신은 천주교 신자이고 새삼스럽고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단다.

본인이 아닌 자식을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이 될 수도 있고 돌아가신 분들에게 효도한다 하고 먼저 손을 잡으라 하니 잠시 고민을 하더니 싫단다. 그럼 도울 수 없다 하니 이게 뭔가 하는 눈치이다.

끝내 고맙다 인사도 못 받는 수고였지만 안타까움이다. 시작은 늦었지만 제격인 자리에서 마음껏 능력 발휘를 할 수 있었지만 서푼짜리 자존심과 그릇된 믿음은 긴 탄식을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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