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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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수필가·시인

세 번째 수필집 발행을 위해 문예 진흥기금을 신청했다. 요행이다. 300만 원을 지원 받게 되었다. 자부담금이 크게 들지 않아 한시름 덜었다. 하지만 문진금을 받지 못한 많은 문우께 미안한 마음이 크다. 나보다 경력도 많고 더 좋은 글을 쓰는 작가들이 많다. 실력이 없어서 못 받은 게 아니기에 우편으로 책을 부치며 죄송한 마음도 얹어 보냈다.

나라 살림이 여유로워진 걸까, 수많은 보조금이 곳곳에 복지란 이름으로 도움을 준다. 복지 하면 얼른 떠오르는 게 장애인을 위한 지원이다. 장애 체험에서 눈을 가리고 보행을 해보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다 오르막이나 계단을 맞닥뜨렸을 때 그들의 어려움을 그때야 실감했다. 비장애인이 배려해야 한다며 봉사도 많이 다녔다.

도서관과 시설을 찾아가 했던 장애인만을 위한 서예 지도가 생각난다. 그들과 하나 되어 5년간 전시회도 열었다. 그때 한마을에 사는 나이 지긋한 K 아저씨도 전시회를 준비하며 지팡이를 의지하고 서예실을 오갔다.

그분은 오래전에 화재로 전신 화상을 입었다. 얼굴이 우둘투둘 정상이 아니다. 다리도 오그라들어 일은 고사하고 보행도 어렵다. 보기에도 높은 장애등급을 받을 것 같았다. 장애인 복지가 어느 만큼인지 궁금했다. 실례 같았지만 넌지시 월 얼마나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지 물었다. 궁금증은 그의 말에 꿀꺽 삼키고 말았다.

“행정에서 장애인 지원금을 받으라고 전화가 왔었는데 받지 않겠다고 했지, 밭도 하나 있어 세를 받고, 오래된 집이지만 살 집도 있으니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주라며 사양했어.”

K 아저씨보다 재산도 많고 통장에도 여윳돈이 있는 비장애인이 각종 혜택을 남보다 더 받으려고 용쓰는 세상이다. 그의 마음이 바다와 같이 넓은 걸 알고 존경심이 들었다.

요즘 대통령 아들 지원금이 화제다. 그에게 주어진 지원금 총액이 2억 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가 뱉어내는 당당한 말에 정나미가 떨어진다.

그는 “지원금을 받을 만한지 아닌지 오셔서 관람하고 평가해 달라.” 했다. 실력이 뛰어나서 받는 것이란 말인데, 예술의 경지는 끝이 없는 거다. 자만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그보다 국민의 뜻도 그렇지 않을까,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목숨을 버린 사람도 여럿이다. 연 22억 원의 왕실 수당을 받는 게 부담스러워 포기한다는 네덜란드 카타리나 아말리아 공주나 위에 K 아저씨처럼 양보까진 바라지 않는다. 현 대통령의 아들로서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만이라도 자비로 전시회를 하면 안 될까, 세금을 그리 아득바득 써야만 할까, 공돈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 어려운 사람 입장을 생각 못 하는 욕심쟁이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

처음부터 지원 신청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 어쩌면 아부하는 자가 있어 먼저 달콤한 유혹을 했을 수 있다. 그런 자가 있어 꼬드겨도 참아야 했다. 설령 받았더라도 ‘전시로 수익을 내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 했노라.’는 말 한마디를 국민은 기대했을 것이다. 거짓말이라도 그리해야 한다.

지원금 중엔 자부담이 있는 경우도 있고, 전체를 지원금만 사용하는 것도 있다. 특히 후자 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국민이 피땀 어린 소중한 돈이다. 펑펑 써도 되는 돈이 아니지 않은가.

공돈에 눈먼 자는 예술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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