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과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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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담아야 할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시대정신은 한 시대의 사회에 널리 퍼져 그 시대를 지배하거나 특징짓는 정신을 뜻한다. 허상이 아니다. 현실 속에서 해법을 찾는 보편적인 가치이다. 한 사회 공동체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이다.

시대정신이라는 말은 독일의 철학자 요한 고트프리드 헤르더가 1769년 처음 사용했고,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등에 의해 진화됐다.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이끄는 시대정신이 있게 마련이다.

한국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도 때마다 국민이 공통으로 희망하는 시대정신을 강조해왔다.

박정희 시대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적 산업화가 우선이었다. 김영삼·김대중 시대는 정치적 민주화로 시대를 이끌었다. 특히 김대중 정부는 외환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를 살립시다’ ‘준비된 대통령’으로 탄생했다. 노무현 시대는 깨어 있는 시민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명박 시대는 선진일류국가를 내세우며 ‘성공하세요,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으로 표심을 얻었다. 박근혜 시대는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였다.

문재인 정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상황에서 적폐청산을 꺼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본지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대선의 시대 정신은 정의”라고 규정했다. 정치적으로는 민주공화국, 사회적으로는 공정한 사회, 경제적으로는 국민성장을 강조했다.

이처럼 시대마다 새로운 화두를 던졌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았다고 평가받기는 쉽지가 않다. 정부마다 공과가 있고, 긍정과 부정 평가가 엇갈린다. 역설적으로 당시 정부의 실정이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에 투영됐다.

20대 대선 주자들도 저마다 시대정신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제주일보가 인터뷰한 14명 중 7명은 ‘공정’을 꺼냈다. 경제 성장, 정상화, 신복지, 통합, 공존, 분권 등도 제시됐다.

대선 본선 주자로 확정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공정성’과 ‘성장’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국민의힘 경선 주자 4명도 새로운 시대정신을 거론했다. 원희룡 후보는 “청년들이 가장 절실히 바라는 문제가 ‘공정과 혁신’이라는 가치에 응축돼 있다”고 보았다. 유승민 후보는 “‘1번이 경제, 2번이 공정’이다. 결국은 공정한 경제성장, 함께하는 경제성장”을 강조했다. 홍준표 후보는 “‘나라의 정상화’가 제일 중요한 키워드다. 그 다음은 선진국 시대를 여는 원년의 정권”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상식을 무기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의 가치를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전환과 공존이다. 기후 위기와 불평등 문제가 전환기적 과제”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같은 시대정신은 조국 사태와 ‘내로남불’, 부동산 등 자산 격차와 불평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코로나19 팬데믹과 디지털 등 전환의 시대 풀어야 할 과제를 염두에 본 것으로 보인다.

헤겔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한 시대가 끝나야만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며 동시에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시대정신을 구현할 적임자가 누구인지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투표장으로 향할 순간은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제 유권자가 힘을 보여주기 위해 후보의 진실성과 능력, 주변 세력까지 살피며 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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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2021-10-19 19:16:24
역대 "시대정신"을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고
우리가 선택해야 할 "시대정신"을
신중하게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