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감귤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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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경제부장

“1941년 감귤 1관(3.75㎏)에 1원50전을 받고 솔동산에 사는 일본인들에게 팔았던 기억이 납니다.”

감귤박물관이 2년 전 초창기 감귤 산업에 대한 기록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당시 90세 할머니로부터 채록한 내용이다.

이 할머니는 당시 “어릴적 아버지를 따라 감귤 과수원에서 일손을 도왔다. 열한 살 되던 해 처음으로 감귤을 수확, 어머니와 함께 등짐에 지고 일본인들이 모여 사던 솔동산(지금의 서귀포시 송산동 일원)에 가져가 팔았다”고 증언했다.

제주에서 다수 농가들이 재배하는 감귤 품종은 ‘온주밀감’이다. 온주밀감은 프랑스 출신 에밀 조셉 타케 신부(1873~1952, 한국명 엄기택)가 1911년 일본에서 온주밀감(미장온주) 15그루를 들여와 심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널리 보급됐다.

‘온주밀감’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누구나 시장에서 구입해 먹을 수 없는 귀한 과일이었다.

당시 감귤나무 두 그루만 있으면 자식의 대학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다 하여 ‘대학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그 무렵 감귤 10㎏ 가격은 2500원 내외였고 대학 등록금은 1만5000~3만원이었다. 나무 2~3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귤림추색(橘林秋色). 감귤의 계절이 돌아왔다.

제주 들녘에서는 극조생을 중심으로 노지감귤 수확으로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달 초만 해도 지난해보다 감귤 가격이 크게 떨어졌지만 최근 들어 가격이 오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20일까지 전국 9대 농산물 도매시장 감귤 평균 경락가격은 5㎏ 기준 851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961원 대비 7%, 2019년산과 견줘서도 6.6% 올랐다.

10월 평균 가격도 8525원으로 지난해 10월 평균 7881원 대비 8.2% 높게 형성됐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피복재배로 생산된 최상품의 경우 5만3300원이라는 높은 가격을 받았다.

출하 초기부터 가격 동향을 예단하기 이르지만 농가 기대감은 한껏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전히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하 초기인 만큼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도록 품질 선별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도매시장별로 차이는 있지만 감귤 5㎏들이 1박스 기준으로 최고와 최저가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대전 오정도매시장에서 거래된 감귤의 경우 최고가는 3만8100원, 최저가는 9700원으로 2만4800원의 차이를 보였다.

관리가 잘된 최상품은 땀 흘린 이상의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당도가 덜 오르고 산도가 빠지지 않은 감귤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가 농산물 도매시장에 파견한 조사요원들에 의하면 2만원 이상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상품은 극히 소량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품질에서 그 이하 상품들은 도매인들의 눈길을 받지 못해 상당히 낮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소한의 가격을 유지하고 시세 하락을 막기 위해 품질 관리에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누이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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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2021-10-23 11:57:26
새콤 달콤한 귤 한 알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쏟는지 압니다.
'가격 하락'은 마음 아픈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