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 소득자와 스윙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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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불로 소득자들은 우리의 자동화된 반응을 끊임없이 이용하려 한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저 ‘설득의 심리학’에 나오는 구절이다. 우리 사회는 권위를 지닌 개인의 말과 지침을 생각 없이 수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 주장이 진실인지 여부를 여러모로 생각해 보고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라는 그 지위에 무작정 설득당한다. “전문가가 그렇게 얘기했으면 틀림없겠지”라는 식이다.

이처럼 어떤 정보에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자동화된 반응’이라고 한다. 고정관념, 선입견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그 정보가 사실인지 등을 분석한 후 언행에 돌입하는 것을 ‘통제된 반응’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관련된 주제이냐 아니냐에 따라 두 반응은 극명해진다고 했다. 나 자신과 관계없으면 자동화된 반응을, 개인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면 통제된 반응을 보인다.

선거철 되면 서로가 상대를 공격하면서 국민적 이슈를 키우려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 주요 대선후보들의 호감도는 30% 안팎에 그쳤다. 반면 비호감도는 60∼70%에 달했다. 각종 의혹과 막말, 볼썽사나운 공방 등이 이어지면서 찍을 후보가 없다는 냉소주의가 고조되고 있다. 그래도 고정 지지층은 견고하다. 이들은 세상이 두 쪽 나도 지지 후보에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

그래서 ‘스윙보터’(마음이 흔들리는 유권자)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이들은 통제된 반응을 하는 경향이 높다. 양자구도는 ‘마(魔)의 40%’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고정 지지층을 결집해도 40%를 넘기 힘들다는 말이다. 고정지지층의 한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각 캠프는 스윙보터를 주목하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 관심층으로 투표를 하지만,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얽매이지 않는다. 학연·지연·이념보다는 실용·실리주의를 중시한다. 프레임 전략으로 이들의 마음을 잡기도 힘들다.

▲‘불로 소득자들은 자신의 힘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동화된 반응을 유도하기 교묘한 방법을 쓴다’라는 구절도 있다. 유권자의 관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성 공약이 남발하는 것도 이 같은 노림수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통제된 반응을 연마해야 한다. 자신과 관련된 일이기에 묻고 따져야 한다. 그래야 호구 취급을 받지 않는다. 선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지금은 표심이 흔들려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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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2021-10-26 09:26:41
스윙보터
실용. 실리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