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 약은 특정한 생리적 효과를 나타낸다. 아세트아미노펜과 모르핀은 통증을 진정시키고, 에페드린과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한다. 그리고 페니실린은 박테리아 감염과 투쟁한다.
이런 오묘한 작용은 작은 분자 혹은 큰 분자의 한 부분이 생물학적 분자의 매우 특정한 수용체 부위에 들러붙어서 반응을 촉진하거나 저해하는 것이다. 약물 반응으로부터 신경 자극, 미각과 후각까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과정이 수용체와 특정 목표 분자 간의 분자 인지 때문에 일어난다.
이런 인지는 분자의 모양과 그 전하분포에 의존하고 보통은 자물쇠와 열쇠로 설명된다. 분자 구조의 특성을 시각화하는 한 방법은 ‘손대칭성’이다. 오른손 장갑은 오른손에만 맞고 왼손에는 맞지 않는다. 전구에 있는 나사선은 한 방향으로만 돌릴 수 있게 돼 있다. 그래서 시계 방향으로 돌려야만 전구를 끼워 넣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장갑이나 전구의 나사선은 모양과 손대칭성 때문에 특정 목적에 맞춘 것이다. 손대칭성은 거울로 관찰할 수 있다. 오른손 장갑을 거울에 비춰 반사되는 상은 왼손 장갑처럼 보인다. 시계 방향의 나사를 갖는 전구를 거울에 비추면 거울상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시계 반대 방향의 나사이다.
분자도 역시 손대칭성을 나타내는 구조를 가질 수 있고, 그런 경우에 오른손과 왼손 거울상 형태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면체 중앙 원자와 네 개의 다른 치환기를 가진 분자를 화합물(*)라고 할 때, 거울상에서 그 치환기는 공간상 다른 기하구조 배열을 갖기 때문에 손대칭성이다. 거울상은 화합물(*)과 같은 자리에 같은 치환기가 위치하도록 회전될 수 없다. 결과적으로 화합물(*)은 거울상과 겹칠 수 없다.
손이나 화합물(*)과 같이 자신의 거울상과 겹쳐지지 않는 대상을 카이랄(chiral), 겹쳐지는 대상을 비카이랄(achiral)이라고 한다. 분자 카이랄성 혹은 손대칭성의 가장 일반적안 근원은 카이랄 중심 또는 카이랄 탄소라고 칭하는 네 개의 다른 치환기를 가진 탄소의 존재이다.
이 구조는 방파제의 상징인 테트라포드(tetrapod)와 유사하다. 이 중심에 탄소가 존재하고, 네 가지에는 다른 치환기가 매달려 있는 상태이다. 이것이 바로 카이랄성 혹은 손대칭성 대상이다.
효소와 같은 거대한 생물학적 분자에서 특정 결합부위는 화합물(*)과 그 거울상 같은 카이랄 분자의 오른손과 왼손 형태를 구별할 수 있다. 분자는 무심하고 말이 없는 것 같지만, 영리하고 자기의 위치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
생명체에 존재하는 생체 분자인 탄수화물(설탕), 단백질, 지방, 핵산은 카이랄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주어진 생체에는 자연 상태에서 두 가지 가능한 거울상 형태 중 한 가지로만 존재한다. 다른 거울상 형태는 종종 실험실에서 합성할 수 있지만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분자 구조 때문에 생기는 생물학적 결과는 극적일 수 있다. 오묘한 자연의 섭리에 전율이 일어난다.
이와 관련한 일례로 덱스트로메토판(dextromethorphan, DM)과 레보메토판(levomethorphan, LM)은 아편 유사(opioid) 수용체에 결합한다. 라틴어 접두사인 덱스트로-와 레보-는 ‘오른쪽’과 ‘왼쪽’을 뜻한다.
DM은 여러 비처방 감기약 중 흔한 일반 기침 억제제의 하나이지만, 이것의 거울상인 LM은 모르핀과 유사한 효과를 갖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이다. 두 물질은 손대칭성을 제외하면 화학적으로 동일하지만 생물학적 특성은 완전히 다르다.
다른 거울상 형태의 분자는 서로 상이한 생물학적 특성을 갖는다. 이것은 오른손을 왼손 장갑에 넣으면 짝이 맞지 않는데 두 모양이 상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DM과 카르본(carvone) 같은 손대칭성 분자는 인체에서 상보적인 모양의 수용체에만 결합되는 특정 모양을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