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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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추자도행 쾌속선에 몸을 실었다. 부두를 떠나기 전 잔잔하기만 했던 바다는 쾌속선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약이 올랐는지 요란스러워졌다. 바닷물이 사정없이 창문을 때리고 바이킹을 탄 듯 배가 출렁였다. 드디어 고난의 여정이 시작되었구나 싶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배의 움직임대로 몸을 맡겼지만, 식은땀이 흐르는 이마에 연신 손이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추자도 방문의 이유는 작년부터 시작된 기부식품 나눔을 위해서다. 그동안 도서 지역 주민들에게는 기부식품을 제공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작년부터 우도와 추자도에 가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일일이 방문해 기부식품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 찾은 추자도에서는 이에 얹어 특별한 행사 한 가지가 더 진행되었다. 다름 아닌 ‘추자 나눔 빨래방’ 개소식이 열리게 된 것이다. 그동안 추자도에는 이렇다 할 세탁시설이 없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어르신이나 장애인 가구의 빨래를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의 집에서 빨래를 하고 말려야 해서 그 어려움이 말이 아닌데, 날이 차가워지는 겨울에는 그마저도 엄두를 내지 못할 상황이어서 참 난처했다고 한다.

‘추자 나눔 빨래방’은 작년에 기부식품 나눔 행사를 위해 찾은 길에 만난 추자면사무소 복지업무 담당 주무관의 부탁이 계기가 되었다. 인구 소멸 고위험지역, 노인 인구 36.4%의 초고령화 지역에서 근무하며 주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의 부탁은 제대로 된 세탁기와 건조기가 갖춰진 빨래방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직원은 그 부탁을 잊지 않고 있다가 마침 ‘국제로타리 3662지구’ 총재가 우리 사무실을 방문한 기회에 추자도의 상황을 소개하고 빨래방을 설치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요청했는데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지원 약속을 받아 이번에 빨래방이 문을 열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민·관의 협력으로 이뤄낸 참으로 소중한 결실이 아닐 수 없다.

우도에서는 지난해부터 ‘우도 효도차-탑써’가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우도지역의 어르신들이 제주시내에 있는 병원을 이용하려면 교통이 불편하다는 얘기를 흘려듣지 않은 우리 직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공모사업에 응모해 차량을 지원받은 것이다. 지금 우도에서는 ‘우도 효도차-탑써’가 어르신들의 발이 되어 부지런히 우도와 제주시내를 오가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기 싫은 일에는 변명이 보이고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인다.’는 필리핀 속담이 있다. 추자도와 우도 주민들이 겪어야 하는 생활 속의 불편함과 애로에 대해 우리 직원들이 변명보다는 방법을 찾은 데에는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사회복지사로서의 책임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사회복지를 하는 이유가 지역과 개인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빨래방’과 ‘효도차’가 섬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크게 개선시키지는 못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조금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는 계기로서는 충분하겠기에 직원들의 노력이 가상하게 느껴진다.

추자도에서 돌아오는 쾌속선은 그야말로 바닷물에 튕기듯 날았다. 하지만 추자도 주민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드린 뿌듯함 덕분인지 기분만큼은 좋았다. 이렇게 기분 좋은 멀미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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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2021-11-02 09:34:34
"하기 싫은 일, 변명"
"하고 싶은 일, 방법"
오늘의 명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