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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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개는 전 세계 포유류 중 가장 오래된 가축이다. 인간과 매우 가까운 동물로,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한다. 영리해 길들이기 쉽고 용맹하고 충성심이 강하다. 해서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우리 선조들이 견공(犬公)이라고 칭한 이유일 터다.

그만큼 인간을 따른다는 의미다. 애완용으로, 집 지킴이 등으로 개를 키우는 집들이 적잖다. 그 수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다. 개들은 소리를 질러 인간과 소통한다. 밥 달라고 할 때, 낯선 이들을 경계할 때, 아픔을 느낄 때 말 그대로 개소리를 낸다. 개소리의 어원이다.

▲한데 ‘소리’에 ‘헛된, 쓸데없는’는 뜻을 가진 접두사 ‘개’가 붙으면 욕설로 쓰인다.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조리 없고 당치 않은 말’을 비속하게 이르는 단어가 되는 게다. 사람들은 대체로 말 같지 않은 소리를 들을 때 개소리로 취급해 한 귀로 흘려버린다.

그런 점에서 개소리는 참으로 얄궂은 운명을 지녔다. 과거 개소리는 잡귀를 쫓고 집안의 화를 막는다 하여 좋게 여겨졌기에 하는 얘기다. 헛소리, 개뿔, 빈말, 허튼소리 등이 비슷한 용도로 통용된다. 유사한 고사성어론 언어도단(言語道斷), 어불성설(語不成說) 등이 있다.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더 위험하다고 한다. 미국 프린스턴대 철학과 명예교수인 해리 프랭크퍼트의 견해다. 그는 2005년 출간된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에서 “거짓말은 사실이 드러나면 생명이 끝나지만 개소리는 그 본질이 가짜로 약이 없기 때문”이라고 사유를 설명했다.

한 발 나아가 퓰리처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저널리스트 제임스 볼은 2017년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개소리는 진실이든 거짓이든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그럴싸한 허구의 담론”이라며 개소리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개소리가 난무하는 시대다. 진실에 무관심한 허위의 개소리가 세상을 더럽히고 있다. 정보통신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억제 되기는커녕 다양한 분야에서 오히려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게다. 인공지능(AI)과 일부 언론의 ‘클릭 장사’도 거기에 한몫하고 있다.

20대 대선이 불과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판에서도 개소리가 횡행하고 있다. 선동적인 진영 논리와 저급한 색깔론까지 죄다 동원됐다. 그야말로 아니면 말고식이다. 더는 현혹되지 말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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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2021-11-03 10:18:43
잘 가려 들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