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변호사 살인 피고인 "나는 리플리 증후군 환자" 범행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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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인터뷰에서 과장과 거짓이 있었고, 허황된 얘기를 말한 것"
검찰, 공사시실에서 범행 대가로 3천만원 받아...동선 미행하는 등 사전 계획
지난 8월 21일 이승용 변호사에 대한 살인사건에 연루된 김모씨(55)가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는 모습.
지난 8월 21일 이승용 변호사에 대한 살인사건에 연루된 김모씨(55)가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는 모습.

22년 전 검사 출신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한 피고인이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3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 유탁파 행동대장 김모씨(55)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범행 자백 취지의 방송 인터뷰에 대해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고 싶어 방송에 응했는데 내용 중 과장과 거짓이 섞여 있었다. 방송사 측은 방영 내용에 대해 내 동의도 없이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리플리 증후군 환자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방송 인터뷰에서) 허황된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피력했다.

리플리 증후군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다.

이날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1999년 8~9월 “골치 아픈 문제가 있어 이승용 변호사를 손 좀 봐줘야겠다. 절대 봐주면 안 된다”라는 성명불상자의 지시와 함께 범행 대가로 3000만원을 받았다.

공소사실에서 김씨는 동갑내기 조직원으로 부산 출신이어서 ‘갈매기’라 불렸던 손모씨와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은 검도유단자인 이 변호사를 제압하기 위해 흉기를 소지했다. 또한 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에게 단순 상해만 가했을 경우 사회적 파장이 일고 결국 덜미가 잡힐 것으로 보고 범행 공모단계에서 이미 살인을 염두에 뒀다.

이들은 2~3개월 동안 이 변호사를 미행하면서 자주 갔던 주점 등의 동선과 생활 패턴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가해 방법을 상의하는 등 범행을 공모했다.

손씨는 결국 1999년 11월 5일 오전 3시15분에서 6시20분 사이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노상에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고 정면으로 마주한 상태에서 흉기로 피해자의 가슴과 복부를 3차례 찔러 피해자를 살해했다.

부검 결과, 이 변호사는 가슴 중앙 흉골을 뚫고 온 예리한 흉기에 심장이 파열돼 사망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 같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김씨는 의견서에서 “손을 좀 봐주는 수준으로 상해만 입히려고 했고, 살인에는 전혀 가담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손씨가 2014년 8월 사망하기 직전 나에게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처음 듣게 됐다. 당시 손씨는 괴로워하며 유족에게 사죄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인 손씨 대신 유족에게 사죄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유족과 접촉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그러던 중 캄보디아로 갔고 후배를 통해 방송사 PD와 연락이 닿았고,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고 싶어 인터뷰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날 재판은 당초 공판 준비기일 이었지만 김씨가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철회하고,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 정식 공판으로 진행됐다.

김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은 오는 11월 17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리플리(Ripley) 증후군은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라는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호텔 종업원인 톰 리플리가 재벌의 아들인 친구 디키 그린리프를 죽이고서, 죽은 친구로 신분을 속여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범죄소설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뜻하는 용어가 됐다.

이승용 변호사 살인교사범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김모씨(55.가운데)가 지난 8월 18일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국제공항으로 압송됐다.
이승용 변호사 살인교사범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김모씨(55.가운데)가 지난 8월 18일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국제공항으로 압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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