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집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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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엊그제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방안이 나왔다. 연 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의 주택담보 대출액이 기존 2억4000만원에서 내년 1월부턴 1억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자금 여력을 갖추지 못한 세입자들의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집값을 올린 근본 원인을 해소하는 게 당면 과제인데 우격다짐 식으로 돈줄을 차단한다는 아우성이 거세다. 나랏빚은 펑펑 쓰면서 개인 대출을 틀어막는 건 비 올 때 우산 뺏는 것보다 심한 국가폭력이라는 비유마저 나온다.

이른바 ‘금융 사다리’와 ‘주거 사다리’를 동시에 걷어차인 저소득층이나 청년층은 기댈 곳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면 조만간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실수요자 보호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월세로 나앉는 서민들의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이다.

▲한 연구원이 최근 서울지역 청년 676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절반 이상(53%)이 ‘부모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특히 15.4%는 ‘주택을 마련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포기 의사를 밝혔다. 집을 사는 건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설문 결과다.

제주지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9월 도내 아파트 분양가격은 ㎡당 835만원으로 파악됐다. 전년 대비 80%(371만원)나 상승했다. 이는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950만원)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올해 노형동의 110㎡형 아파트 값이 8개월 만에 2억원 뛴 사례도 있다.

제주지역 또한 부모 지원 없이는 내 집 한칸도 마련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는 젊은이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수도권을 빼닮았다.

▲한국인에게 집의 의미는 각별하다. 서민들에게 내 집 한 칸은 곤한 육신을 눕히는 최소한의 공간이다. 주거안정을 넘어 매우 중요한 자산 축적을 의미하기도 한다. 학창시절 선생님이 호구조사를 할 때 ‘자가(自家)’라며 손 들던 친구를 부럽게 여기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가.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다 대출)’이라는 말이 나도는 것처럼 여전히 집 사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내집 마련의 꿈을 포기한 채 ‘월세 노예’로 살아가는 세상이 됐다.

이제 ‘부모 찬스’라도 없으면 내 집 마련은 거의 불가능의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집 한 칸의 희망마저 꿈꿀 수 없다면 어찌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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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2021-11-05 11:13:56
'이생집망'이라
'결포자포'랍니다~ㅠ
(결혼포기, 자식포기)
어찌하오리까,,,,,,.